연말을 앞두고 삼성과 SK, LG, 현대차 등 4대 그룹이 내년 사업 전략 수립에 나섰다.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이 가속화하면서 한국이 강점을 지닌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지형이 크게 재편될 전망이다. 4대 그룹의 연말 인사도 예년보다 앞당겨 진행되는 모습이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그룹 총수들의 결단력과 추진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딜사이트는 기획 시리즈 '4대그룹 내년 사업점검'을 통해 삼성, SK, LG, 현대차 등 주요 그룹이 구상하는 내년 경영 전략과 핵심 과제를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SK그룹이 올 하반기 파격 인사를 통해 임원 규모를 대폭 감축한다. 수펙스 규모를 줄여 인력·조직 전반을 효율화하는 동시에, 현장 실무 역량은 한층 강화해 계열사별 사업 추진·실행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인공지능(AI) 투자가 한층 시급해진 상황 속 해킹사태·실적둔화 등 재무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당분간 대규모 AI·반도체 투자 대신 관련 수익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구조 혁신에 집중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이에 사내독립기업(CIC)부터 세대교체까지 의사결정 및 사업추진 전반에 민첩성을 더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SK 내부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이달부터 다음달 초까지 그룹사별 임원 인사가 이어질 예정"이라며 "일부 계열사의 경우 많으면 40%까지 임원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룹 전반적으로 인력 및 조직 규모를 늘릴 시점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효율화 성격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이에 따른 임원 감축 기조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AI 다각 투자가 시급해진 상황 속에서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은 최근 해킹사태 여파로 3분기 영업이익이 90.9% 급감했다.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역시 오랜 실적·재무 악화로 리밸런싱 우선 순위에 꾸준히 들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대표 교체를 비롯해 C레벨 경영진들의 사표를 받고 대상 임원들에게 관련 통보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사내 임원 규모가 최대 30%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해 말 자회사 3곳의 대표를 교체한 뒤 임직원 규모를 줄이며 인력·조직 감축 작업을 이어왔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수는 올 8월 기준 148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계열사 임직원이 파견되는 수펙스추구협의회도 올 하반기 40~50% 수준의 인력 감축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각 계열사로 핵심 인력을 복귀시켜 내실을 다지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반도체 호황을 맞은 SK하이닉스는 그룹 차원의 감원 바람을 빗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최고협의기구인 수펙스 측에서 대규모 인력 감축에 동참하며 감원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번 대규모 임원 감원의 핵심은 AI 중심 사업·수익 구조를 구축해 낼 수 있느냐의 여부다. 최 회장도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5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운영개선은 기본기를 갖추는 것"이라며 "좋은 사업 구조를 만드는 일보다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꾸준히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운영개선이란 본원적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경영 전략을 말한다. 기존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거나 제조 과정의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에 SK 측은 젊은 리더를 앞세워 의사결정 및 사업추진 과정에 속도감을 더해 빠르게 변하는 AI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SK는 최근 세대교체 작업에 본격 착수하며 조직 민첩성을 키우고 있다. 최 회장 신임 비서실장에 1980년생인 류병훈 SK하이닉스 미래전략담당(부사장)이 내정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SK는 사장단 인사를 통해 1970년대생 임원 5명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조직 효율화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AI CIC를 설립하는 등 내부조직 혁신에 힘을 주고 있다. AI CIC는 AI 기술자산을 통합해 그룹 전반의 AI 기술·운영을 지원할 방침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윤풍영 SK AX 대표 등 AI 주요 계열사 수장들이 그룹 최고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로 이동한 만큼 그룹 AI 역량을 전방위로 결합하는 데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SK 측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SK텔레콤(통신), SK이노베이션(에너지) 등 핵심 계열사 역량을 결집해 AI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도 "SK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AI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가장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SK는 현장 경험과 기술 역량을 갖춘 '실행형 리더'를 전면에 배치해 복합 리스크 속에서 사업 체질을 강화하고 재무구조를 안정화시킬 계획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주 관심사가 계열사 사업 및 수익 부문으로 넘어간 모양새"라며 "차세대 리더와 현장 실무 경험이 많은 인원들을 전진 배치해 신사업 전개간 민첩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SK가 당분간 대규모 자금을 쓰기보다는 AI·반도체 투자 여력을 쌓는 데 집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AI 전환 핵심인 SK텔레콤이 최근 해킹사태 여파로 재무적 불확실성이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SK텔레콤이 해킹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연간 영업이익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수조원대 비용을 투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는 SK리밸런싱의 일환으로 계열사 매각도 내년에는 더욱 본격화될 가능성도 크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SK텔레콤부터 SK이노베이션까지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어 불필요한 조직·인력을 줄이고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는 데 방점을 찍을 것"이라며 "AI 사업 및 투자에 최적화된 조직 민첩성과 유연성을 선제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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