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삼성과 SK, LG, 현대차 등 4대 그룹이 내년 사업 전략 수립에 나섰다.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이 가속화하면서 한국이 강점을 지닌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지형이 크게 재편될 전망이다. 4대 그룹의 연말 인사도 예년보다 앞당겨 진행되는 모습이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그룹 총수들의 결단력과 추진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딜사이트는 기획 시리즈 '4대그룹 내년 사업점검'을 통해 삼성, SK, LG, 현대차 등 주요 그룹이 구상하는 내년 경영 전략과 핵심 과제를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선택과 집중' 경영 기조가 내년에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 기업 공세가 거세지며 가전과 석유화학, 배터리 등 주력 사업의 경쟁력 회복 요구가 커진 데다 인공지능(AI)과 전장을 중심으로 한 미래 성장축 강화 필요성도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을 바탕으로 조만간 발표될 LG그룹 연말 정기인사는 안정보다 쇄신에 방점을 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 회장은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중국 기업들의 공세를 직접 거론하며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중국 경쟁사들은 우리보다 자본, 인력에서 3배, 4배 이상의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그동안 구조적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인식을 같이하며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와 수익성 강화를 위한 '사업의 선택과 집중', 차별적 경쟁력의 핵심인 '위닝(Winning) 연구개발(R&D)', '구조적 수익 체질 개선' 등 크게 세 가지를 논의해 왔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기술 추격은 LG그룹 주력 사업 전반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가전 분야에서는 중국 업체가 가격 경쟁력에 더해 제품 완성도까지 끌어올리며 LG전자를 매섭게 압박하고 있고,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패널사들이 생산 능력과 품질을 빠르게 높이며 LG디스플레이를 바짝 뒤쫓는 모습이다. 석유화학 분야는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공급 과잉이 심화돼 수익성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배터리 부문에서도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 중국 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경쟁이 한층 거세졌다.
이 같은 위기 의식 속에 LG그룹은 지난달 23일부터 주요 계열사의 내년 전략을 점검하는 사업보고회를 진행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를 시작으로 이달 중하순까지 이어지는 사업보고회는 각사 경영진이 참석해 올해 실적을 점검하고 내년 사업 계획을 구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자리다. 이번 보고회에서는 중국 업체 확장세에 대응한 주력 사업 경쟁력 보완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진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이 강조해온 미래 사업인 'ABC(AI·바이오·클린테크)' 등 신사업 육성과 투자 확대 방안도 함께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사업보고회 결과는 연말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 방향을 좌우해왔다. 올해도 주력 경쟁력 보완과 미래 사업 강화가 핵심 논의였던 만큼 이런 흐름이 인사에서도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재계에서는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LG그룹의 부회장은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신학철 LG화학 최고경영자(CEO) 두 명이다. 젊은 총수인 구 회장이 부회장단을 최소 수준으로 유지해온 만큼 추가 승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전자 계열사 대표 가운데 유일하게 부사장급인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의 사장 승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AX(AI 전환) 가속화를 위한 인사와 조직개편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구 회장이 구조적 경쟁력 강화와 실행 속도를 강조해온 만큼 그룹 내 AX를 주도하는 LG CNS와 LG AI연구원 등 AI·디지털 전환 조직의 역할 확대가 점쳐진다. 구 회장 직속으로 AX 실행력을 높이는 새로운 조직이 나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자·통신 계열에서는 플랫폼 중심 구조 전환에 맞춰 일부 중복되거나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는 방안이 구체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그룹이 하반기 들어 부진 흐름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가전과 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은 중국 공세로 여전히 불안하다"며 "연말 인사로 내년도 LG그룹이 어떤 방향을 택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