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LG그룹이 올해 하반기 들어 반등세를 타고 있다. 상반기에는 주요 계열사들이 업황 악화와 외부 변수로 부진을 겪었지만 하반기 들어 실적 개선 흐름이 나타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모습이다. LG그룹의 시가총액은 8개월 만에 40조원 이상 불어났다. 이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일관되게 추진해온 선택과 집중' 전략과 실용주의적 경영 기조가 점차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자체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엑사원'을 중심으로 쌓아온 기술력은 AI 시대를 맞아 그룹의 위상을 한층 격상시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일 기준 LG그룹의 시가총액은 192조원으로, 삼성(877조원)과 SK(537조원)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4위인 현대차그룹(181조원)과는 10조원 이상 차이를 보였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LG의 시총은 145조원에 불과했는데, 당시 주요 계열사들이 중국산 저가 공세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외부 요인으로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강화되면서 LG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졌고, 이는 그룹 전체의 반등 신호로 작용하며 시총 상승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 시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은 글로벌 수요 감소와 중국산 공급 과잉이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올 3분기 준수한 실적을 내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수요 침체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의 성장과 비용 효율화에 힘입어 2개 분기 연속으로 보조금 제외 기준 흑자를 기록했으며, LG화학도 스프레드 개선과 비용 절감 노력으로 석유화학부문의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그룹 내 대표 부품사인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도 1년 전보다 수익성이 개선됐으며, LG전자와 LG유플러스도 인력 선순환 차원에서 단행한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 증가에도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이는 구 회장이 꾸준히 강조해온 '선택과 집중' 경영 전략이 점차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2018년 회장 취임 이후 스마트폰과 LCD, 전기차 충전기 등 성장성이 낮다고 판단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인공지능(AI)과 전장 등 미래 수요가 기대되는 분야는 적극 육성해왔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전략 덕분에 LG가 업황 악화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출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증권가에서도 LG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제 LG에 대한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며 "ESS에 대한 수요 증가와 2차전지 산업 회복에 대한 기대감 유입, 화학산업의 구조조정으로 내년부터 LG화학의 실적 개선,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촉매로 LG화학의 자산 효율성 제고와 기업가치 증대 노력 가속화, LG전자 인도법인 상장을 통한 현금 유입으로 기업가치 증대와 배당 확대 가능성 등이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전자와 통신 및 서비스 계열의 견조한 실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동안 부진했던 화학계열의 실적 개선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축적해온 기술력은 그룹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견인할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구 회장의 지시에 따라 2020년 말 출범한 LG AI연구원은 자체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을 개발, 글로벌 평가기관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엑사원은 LG전자와 LG CNS,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제품·서비스 고도화와 업무 효율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LG AI연구원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인 '국가대표 AI' 프로젝트에도 선정되며, LG의 AI 경쟁력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이는 LG가 국내 4대 그룹 가운데 원천 AI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경쟁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AI 전쟁이 주목받고 있지만 진짜 경쟁력은 기술의 내실과 산업 현장에서의 적용력에 있다"며 "구 회장의 실용적 경영 전략은 LG가 국내 4대 그룹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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