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함께 '구광모 시대'를 열었던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퇴장했다. 신 부회장은 구 회장이 '회장'에 오른 2018년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로 구 회장 체제 안정화에 기여한 공로가 컸으나 석유화학 부진 속에 쇄신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미완으로 남은 석유화학 사업 리밸런싱의 과제는 김동춘 신임 CEO의 몫이 됐다. 신 부회장의 퇴진은 2인 부회장단 중 한 명으로 순혈로 평가되는 권봉석 LG 부회장이 건재한 것과 대비를 이뤘다.
LG의 2026 정기임원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퇴진이다. 신 부회장은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계열사를 이끄는 CEO인 동시에 권 부회장과 함께 LG의 2인 부회장 체제를 유지하는 키맨이었다. 신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LG는 권 부회장의 1인 부회장으로 재편됐다. 구 회장이 안정보다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구 회장 체제에서 첫 외부 CEO로 발탁됐던 신 부회장은 LG화학 역사상 첫 외부 출신 대표이기도 했다. 1957년생으로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이며 3M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수석부회장까지 지냈다. 구 회장이 선임된 2018년 11월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영입돼 세 차례 연임했다. 올해 취임 8년차로 임기는 2027년 3월까지였으나 이번 인사로 중도 하차했다.
결국 실적 부진이 퇴임으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신 부회장은 LG 핵심 사업부문 중 하나인 석유화학 외형 성장을 이끌었으나 나프타분해설비(NCC) 투자 확대로 사업 부진의 부메랑을 피하지 못했다. 2021년 NCC 증설에 나섰을 때 시장에서 과잉공급 우려가 있었지만 신 부회장은 자체 고부가가치 소재 생산을 위한 증설로 판단해 생산능력 확대에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석유화학 기업뿐만 아니라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를 비롯한 정유사들도 석유화학 사업 진출을 통한 수직계열화로 공급량이 더 증가했던 때다. LG화학은 2021년 여수공장 NCC 생산능력을 기존 120만톤에서 80만톤 늘렸다. 2020년까지 여수·대산공장 합산 250만톤의 생산능력은 2021년 330만톤으로 불어났다.
NCC 증설은 LG화학 석유화학 사업부문이 부진에 빠진 원인이 됐다. 해당 사업부문의 2023년과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은 각각 1435억원, 1358억원에 달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적자는 1170억원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신 부회장을 재신임했으나 거듭된 부진에 1년여 만에 쇄신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부회장이 물러난 것은 18년 동안 장기 재직하며 성과를 냈던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임기 막판 실적 부진 속에 퇴임한 것과 유사한 행보였다.
특히 신 부회장은 리밸런싱 과제를 완수하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 LG화학은 올해 굵직한 사업재편 카드를 실행했다. 생명과학사업본부에 있는 에스테틱 사업을 2000억원에 브이아이지(VIG)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수처리 필터사업을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1조4000억원에 처분했다. 다만 조단위의 여수 NCC 2공장 딜은 감감소식이었다.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 KPC의 자회사 PIC와 지분 매각 등을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GS칼텍스와 여수 NCC 통폐합 논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진척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여수 NCC 통폐합 과제는 김동춘 신임 LG화학 대표의 몫으로 남게 됐다.
신 부회장의 퇴임은 거꾸로 구 회장이 'LG맨'으로 통하는 권 부회장을 선택했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1987년 금성사(현 LG전자)로 입사해 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구 회장 체제 출범 당시에는 사장 직급이었으나 2021년 말 단행된 2022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구 회장 체제 '넘버 2'로 자리매김했다. ㈜LG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그룹 경영을 쥐락펴락할 뿐만 아니라 LG전자·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유플러스 보드진에도 속해 있어 주력 계열사 경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LG화학 사업재편이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쇄신 인사를 단행하며 수장을 교체한 것"이라며 "신학철 부회장의 퇴진은 예상 밖 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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