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올해 LG그룹 인사는 구광모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 온 '선택과 집중' 기조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지금이 인적 '쇄신'할 적기라는 판단 아래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조주완 LG전자 사장 등 핵심 계열사 수장을 교체하는 한편, 전장·냉난방공조(HVAC)·통신·부품 등 확실한 성과를 거둔 경영진에게는 힘을 실어줬다. 새로운 리더십을 기반으로 신성장 사업에 속도를 내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27일 LG그룹은 올해 연말 인사를 통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화학과 LG전자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지난 7년간 LG화학을 이끌던 신학철 부회장과 4년간 LG전자를 이끌어온 조주완 사장이 세대교체를 위해 용퇴를 결정했다.
신학철 부회장의 후임으로는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김동춘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장이, 조주완 사장의 후임에는 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 사장이 각각 선임됐다. 부동산 관리 계열사인 디앤오의 신규 CEO에는 이재웅 LG전자 법무그룹장 부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앞서 지난달 원포인트 인사로 LG생활건강 CEO로 선임된 이선주 사장을 비롯해 문혁수 LG이노텍 사장, 이재웅 디앤오 부사장은 세 명은 1970년대생이다.
1967년생인 류재철 LG전자 사장은 1989년 금성사 가전연구소로 입사해 CEO까지 오른 기술형 사업가다. 재직 기간의 절반가량을 가전 연구개발에 종사했으며, 이후에는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사업을 맡아 LG 생활가전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고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데 기여해왔다.
특히 지난 2021년부터는 H&A사업본부장을 맡아 LG 생활가전을 단일 브랜드 기준 글로벌 1등 지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다. 레드오션으로 평가받는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류 사장이 H&A사업본부장을 맡은 지난 3년간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의 매출액 연평균성장률은 7%에 달한다. 최대 프리미엄 가전 시장인 북미 지역 성과도 탁월하다. LG전자는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올 3분기 누적 점유율 21.8%로 확고한 1위에 올라 있다.
김동춘 LG화학 사장은 1968년생으로 한양대학교에서 공업화학을 전공,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1996년 LG화학에 입사한 이후 반도체소재사업담당, 전자소재사업부장, 첨단소재사업본부장 등 첨단소재 분야 주요 직책을 두루 거쳤다. 첨단소재 사업의 고수익화, 미래 성장동력 발굴, 글로벌 고객 확대 등에서 성과를 창출하며 사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또한 LG화학과 LG에서 경영전략과 신사업개발을 담당하며 전략 수립 및 실행 경험을 쌓아 글로벌 사업 감각과 전략적 통찰력을 겸비했다고 LG화학은 전했다.
LG 측은 "앞으로도 변화와 혁신의 속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되면 수시 인사를 실시하는 등 유연하게 인사를 운영하고, 미래 기술 중심의 인재 중용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3월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러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같은 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인사말을 통해 "지금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골든타임"이라고 밝혔고, 지난 9월 사장단 회의에서는 "사업의 선택과 집중, 위닝(Winning) 연구개발(R&D), 구조적 수익 체질 개선 등을 논의해 왔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그동안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LG그룹의 인사는 안정 기조였던 지난해와 달리 쇄신에 방점을 둘 가능성을 점쳐왔다.
전자부품과 소재, HVAC, 전장부품 등 탁월한 성과를 낸 경영진에 대한 확실한 성과 보상도 이번 인사의 주요 포인트다. 문혁수 LG이노텍 CEO 사장, 김동춘 LG화학 CEO 사장,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 사장,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 사장 등 4명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LG이노텍은 전장과 반도체 기판 등 신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나타내며 실적 반등을 본격화하고 있고, LG전자의 VS사업본부는 지난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ES사업본부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래 성장동력인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를 포함한 연구개발(R&D) 인재 중심 승진 기조도 유지됐다. 최근 5년간 선임된 신규 임원 중 25% 이상이 ABC를 포함한 R&D 분야 인재로, 올해도 ABC 분야 인재가 전체 승진자의 21%를 차지했다. 특히 올해 최연소로 승진한 상무와 전무, 부사장은 모두 AI 전문가로, 기술 중심의 젊은 리더십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이들은 김태훈 LG CNS AI클라우드사업부장 부사장(1975년생),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임우형 전무(1978년생), 조헌혁 LG CNS 클라우드데이터센터사업담당 상무(1986년생) 등 3명이다.
연령과 성별 상관없이 전문 역량과 미래 성장 가능성으로 인재를 중용하는 성과주의 인사 기조도 이어갔다. 이번 인사에서 LG그룹 최초의 여성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여명희 LG유플러스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사업과 마케팅, 인사 등의 분야에서 여성 임원 3명이 신규 선임됐으며, 1980년대생 상무도 3명이 발탁됐다. 올해 최연소 임원은 1986년생인 조현혁 상무다.
LG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변화, 미래를 위한 혁신의 속도를 강조한 구광모 LG 대표의 경영철학을 반영해 핵심사업 리더십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며 "현장 경험이 풍부한 사장단을 중심으로 신성장 사업의 드라이브를 강화하고 특히, 미래 성장동력인 ABC를 비롯한 R&D 인재를 발탁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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