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HS효성그룹 오너 조현상 부회장이 효성그룹 분할 후 첫 투자에 나선 가운데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 여력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주력 계열사 HS효성첨단소재가 추진하는 타이어 스틸코드를 팔아 자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매각 작업이 지연되는데 자체 보유 현금도 적어 자금 조달 여부에 물음표가 달린 것이다.
조 부회장이 낙점한 신사업 안착 여부에 따라 그의 리더십 성패도 갈릴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신사업으로 해당 시장을 낙점하면서다. 실리콘 음극재의 이차전지 소재사업은 HS효성의 기존 사업에서 접점을 찾기 어려운 분야로 평가된다. 회사 측은 실리콘 음극재의 확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HS효성첨단소재는 1억2000만유로(약 2000억원)를 투자해 벨기에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재기업 유미코아의 배터리 음극재 자회사 EMM을 인수하고 유미코아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당국 승인을 거쳐 거래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우선 EMM 지분 80%를 인수하는데 2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약 500억원은 지난해 12월 유미코아에 대여한 자금으로 향후 출자전환할 예정이다. 나머지 1500억원은 HS효성첨단소재가 마련해야 하는 자금이다. 1500억원 중 500억원을 다음 달 19일 유미코아에 대여한 뒤 출자전환할 계획이다.
1000억원의 경우 EMM의 캐시콜(Cash call)에 따라 분할 출자하는 방식이다. 캐시콜은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기존 주주나 약정된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돈을 더 내라고 요청하는 것을 뜻한다. EMM이 운영자금이 부족하거나 신규 투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금을 요청할 때 HS효성첨단소재가 1000억원을 분할해 출자하기로 계약했다는 의미다.
지분 인수에 들어가는 2000억원 이외에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5년 동안 1조50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 첫 투자처로 울산을 택했다. 이차전지 신사업을 위해 인수합병(MA&)과 증설 투자를 더해 총 1조7000억원을 쏟아붓는 셈이다. 조현상 부회장이 신사업 투자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금의 HS효성첨단소재의 곳간을 고려하면 유상증자와 차입 등을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HS효성첨단소재의 6월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현금성자산은 단 5억4000만원에 불과하다. 자회사 자금을 계산에 넣어도 여의치 않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현금성자산도 270억원으로 현금이 크게 부족한 상태다. 회사의 연결 부채비율은 265%로 재무건전성도 좋은 편이 아니다.
본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투자금을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별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최근 3년(2022~2024) 연평균 약 2000억원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배당과 설비투자(CAPEX)를 차감한 뒤 산출되는 잉여현금흐름의 경우 지난해 기준 마이너스(-) 760억원이었다.
HS효성첨단소재의 믿을 구석은 결국 매각을 추진하는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이다. 매각을 매듭지으면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인다. 다만 지난 7월 베인캐피탈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하며 거래가 빠르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지만 세 달째 감감소식이다. 거래 가격에 관해 1조원 이상 기대했던 HS효성첨단소재와 8000억~9000억원을 평가하는 베인캐피탈의 가격 눈높이를 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사업으로 점찍은 이차전지 소재사업의 경우 조 부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전부터 조 부회장이 유미코아를 수차례 직접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부회장은 10월 안에 계약을 매듭짓기 위해 여러 차례 양사 경영진의 철야 미팅을 주도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HS효성이 기존 사업군에 없던 신사업 영역에 진출하는 것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해 타 산업 쪽과 확장하는 것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보도자료에서 "전문가들이 이번 투자로 확보한 원천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화장품 소재 등 정밀화학분야를 비롯해 스페셜티 화학 분야로도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효성그룹에서 분할돼 HS효성 체제의 첫 투자를 조 부회장이 지휘한 만큼 신사업 성패에 따라 그의 리더십도 평가받을 것으로 평가된다.
HS효성첨단소재 관계자는 이차전지 신사업 투자 자금 조달에 관해 "사업 목표에 따라 계획을 마련하고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이차전지 신사업 투자와 타이어 스틸코드 매각은 별개 사안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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