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SK그룹이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를 중심으로 젊은 리더십을 전면에 세워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실행력 강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SK텔레콤은 해킹 사고와 실적 부진 여파 속에서 첫 법조인 출신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했다. AI 중심 성장 기조는 유지하되 신뢰 회복과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를 병행하며 조직 체질을 정비하겠다는 의지다.
SK스퀘어, SK AX, SK브로드밴드의 CEO를 동시에 바꾸면서 그룹 최초로 4개 ICT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일괄 교체했다. 젊은 현장형 리더를 대거 발탁해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진행했고, 법률가 출신을 앉혀 대내외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30일 SK텔레콤은 정재헌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정 CEO는 법무부 사무관 출신으로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 SK텔레콤 대외협력사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위원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AI 윤리와 법제, 정보보호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해킹 사고 이후 흔들린 신뢰를 복원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유영상 대표는 경질성 인사라기 보다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AI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그룹 차원의 AI 확산을 총괄하게 됐다.
정 CEO는 SKT 역사상 첫 법조인 출신 CEO다.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29기를 수료했으며 서울중앙지법 판사와 법원행정처 정책심의관 등을 거쳤다. 2020년 법무그룹장으로 SKT에 합류해 2021년에는 SK스퀘어 창립 멤버로 투자지원센터장을 맡았고 지난해부터 SKT 대외협력사장으로 ESG·CR·PR 업무를 총괄하며 그룹 거버넌스 정비를 이끌었다.
이번 인사는 법적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커진 현실과 맞닿아 있다. SKT는 최근 내부 자료 유출 사고로 신뢰 위기를 겪고 있으며 약 4000명의 가입자가 개인정보위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개인정보위가 부과한 1348만원의 과징금에도 불복해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 같은 법적 대응 국면에서 법무·컴플라이언스 전문가인 정 CEO가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불확실성 최소화를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 여파로 3분기 실적도 부진했다. '고객 감사 패키지' 시행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0.9% 급감(484억원)했다. 다만 AI 데이터센터(1498억원)와 AI 인프라(AIX·557억원)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회사는 향후 5년간 7000억원 규모의 '정보보호 혁신안'을 추진하고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기반 보안 체계를 강화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같은 날 SK스퀘어와 SK브로드밴드도 나란히 대표 교체를 단행했다. SK스퀘어는 김정규 SK 비서실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고 글로벌 투자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한다. 기존 SK스퀘어 대표인 한명진 대표는 SKT의 한 축인 통신 CIC(사내회사)장을 맡아 통신 사업을 진두지휘한다.
SK스퀘어는 전날 11번가를 SK플래닛에 매각하며 국민연금 등 재무적 투자자(FI)와의 갈등을 마무리했다. OK캐쉬백과 11번가를 결합한 통합 리워드·결제 생태계 구축에 나서며 스파크플러스·해긴·코빗·그린랩스 등 비핵심 자산 298억원어치를 매각해 SK플래닛 증자 재원으로 투입했다. 이에 따라 SK플래닛과 11번가 간 시너지 창출이 새 과제로 떠올랐다.
SK브로드밴드는 김성수 신임 CEO를 선임하며 조직 슬림화와 AI 미디어 전환을 병행한다. 김 사장은 SK텔레콤 영업본부장과 SK브로드밴드 유선·미디어사업부장을 역임하며 AI 기반 'AI B tv' 출시를 주도한 인물이다. 회사는 명예퇴직 중심의 인력 효율화와 함께 AI·DT 기반 고객 경험 혁신을 통해 초개인화 미디어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인사는 SK ICT 체계가 'AI 성장' 기조 위에 '신뢰 복원'과 '리스크 관리'라는 현실적 과제를 얹은 결과물이다. 해킹 이후 거버넌스 재정비에 나선 SK텔레콤, FI 신뢰 회복으로 투자 불확실성을 걷어낸 SK스퀘어, 조직 슬림화로 효율성을 높이는 SK브로드밴드까지세 축 모두 방향은 달라도 목표는 '안정'에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 ICT 3사가 일제히 리스크 관리와 신뢰 확보 중심의 재정비에 들어갔다"며 "AI 확산 경쟁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속도보다 완성도를 택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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