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SK에코플랜트가 35년 경력의 반도체 전문가를 새 사령탑으로 앉힌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신임 대표로 내정된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 담당은 그룹 내 손꼽히는 반도체 현장 전문가다. 수익성이 낮은 기존 환경·에너지 사업을 정리하고 '황금알'인 반도체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는 국면에서 반도체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신임 사장 내정자는 SK그룹 핵심 계열사이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에서 주요 C레벨 5대 조직 중 하나인 양산총괄(CPO)을 맡아 반도체 사업장 운영 전반을 총괄했다. 김 내정자는 이같은 경험을 기반으로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 종합 서비스 기업의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고 반도체 기술 관련 사업 확장을 추진할 전망이다.
◆ SK하이닉스서 반도체 운영 전반 경험…반도체 전문 성장 전략 주도
31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달 30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CPO)을 SK에코플랜트 대표 사장으로 선임했다. 김 내정자는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 부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 예정이다.
김 내정자는 1967년생으로 연세대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해 반도체 사업의 여러 분야에서 35년간 경력을 쌓았다 ▲2017년 SK하이닉스 Photo기술그룹장 ▲2020년 이천 FAB 담당 ▲2022년 제조·기술 담당 ▲2023년 용인 Cluster TF장 ▲2024년 양산총괄(CPO) 담당 등을 주요 조직장을 역임했다.
양산총괄은 메모리 전(前)공정과 후(後)공정을 모두 아우르며 공정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생산기술을 통합하는 조직이다. 단순한 생산 기능을 넘어 용인 클러스터 등 신규 팹(Fab) 건설과 M15X 증설 프로젝트 등 사업장 운영 전반을 총괄하며 반도체 운영 전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그는 SK하이닉스 5개 C레벨 중 하나로서 경영의 윗선에서도 활약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곽노정 CEO와 함께 '원팀'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AI 인프라(CMO) ▲미래기술연구원(CTO) ▲개발총괄(CDO) ▲양산총괄(CPO) ▲코퍼레이트 센터 등 5개 C레벨 체제를 도입했다. 즉 핵심 조직의 장으로서 실무 경험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 전체의 핵심 의사결정과 전략 수립에도 참여한 셈이다.
◆ 김영식 체제 출범…반도체 종합서비스 전문기업 속도전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종합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기업공개(IPO)에 유리한 구조로 재편하기 위해 2021년 사명을 'SK건설'에서 바꾸고 환경·에너지 사업에 3조원가량을 투자했지만 건설 경기 침체와 사업 성장 둔화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SK그룹 리밸런싱 차원에서 SK에코플랜트는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SK그룹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중심으로 구조 전환 작업에 나섰다.
이에 따라 수익성이 낮은 환경·에너지 관련 자회사를 정리하고 SK그룹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종합 서비스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올해부터는 하이테크 사업 부문을 신설하고 반도체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내부 조직을 구축했다. 기존에는 반도체 관련 플랜트 시공에 국한됐으나 이제는 관련 서비스 영역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SK에코플랜트는 그룹 내 반도체 밸류체인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하이테크 부문 매출액은 2조9303억원으로 전체 매출액(5조7992억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2465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2096억원)을 웃돌아 환경 사업과 솔루션 사업의 적자를 상쇄했다. 이는 반도체 관련 기술과의 연계를 강화한 덕분에 높은 영업이익 창출력을 보여준 결과다.
최근 1년간 SK머티리얼즈 자회사 7곳 중 5곳을 편입하는 작업을 추진했으며 편입이 완료되면 이들 자회사를 통해 창출될 예상 매출액은 67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편입 대상 회사들은 SK에코플랜트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며 반도체 플랜트 건설 과정에서 포토공정, 식각공정, 증착·이온주입 공정, 금속배선 공정, 패키지 공정 등 주요 공정에 필요한 핵심 소재와 OLED 증착 공정 소재 공급 역량을 내재화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공정 확장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SK에코플랜트는 이번 편입을 통해 매출 규모 확대도 기대된다. 지난 2023년 수주액은 8273억원 수준이었으나 용인 클러스터 가동으로 지난해에는 4조원대로 급증했다. 향후 SK하이닉스의 20조원대 설비 투자 계획도 SK에코플랜트 하이테크 사업의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영식 SK하이닉스 CPO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은 반도체 중심 신사업 체질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전에는 재무 전문가였던 박경일과 김형근 대표 체제에서 SK에코플랜트는 IPO 준비, 재무 안정성 확보, 투자 절감, 포트폴리오 최적화 등 재무 중심 경영을 이어왔다.
김 내정자가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 생산 공정을 아우르는 역량을 쌓아온 만큼 SK에코플랜트를 반도체 종합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도약시키는 데 가장 적임자라는 설명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김영식 신임 사장 내정자는 반도체 분야에서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사업 기회 발굴과 성과 창출을 통해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고 향후 성공적인 IPO 추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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