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결단일까, 경영권 방어를 위한 계산일까. 코스닥 상장사 휴비츠가 사상 첫 자사주 소각에 나서면서 그 의도를 두고 시장의 해석이 엇갈린다. 최근 소액주주와의 갈등 속에 이뤄진 결정이라는 점에서, 주주환원 명분 아래 지배력 강화 포석이 깔렸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안과 의료기기 제조기업 휴비츠는 지난 1일 자사주 67만3508주(58억원 규모)를 소각했다. 이는 보유 자사주(128만1476주)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휴비츠가 자사주를 소각한 것은 2003년 상장 이후 처음이다. 회사는 2015년부터 자사주 신탁계약을 통해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해 왔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소각을 진행한 적은 없었다.
이번 자사주 소각에 앞서 휴비츠 주요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도 있었다. 지난 8월 최대주주인 김현수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 7명이 장내에서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이들 대부분은 2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임원이지만,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같은 행보는 책임경영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드러낸 조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배당이나 무상증자 등 대주주 지배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주주환원 조치가 아닌, 자사주 소각 등을 진행한 점을 두고는 최근 소액주주와의 분쟁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총수를 줄여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일부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회계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며 카카오톡 단체방 개설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주주명부 열람, 임시주총 소집, 주주환원 정책 등을 요구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휴비츠는 소액주주 주장을 반박하면서도 임원 주식 매입과 자사주 소각을 연이어 발표했다. 소액주주 측은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ACT)'를 통해 11.48%의 지분을 결집했지만, 회사의 대응 이후 문제 제기를 일단 멈췄다.
소액주주 측 관계자는 "당분간은 새로운 문제제기 보다는 회사의 약속과 변화를 지켜보는 선에서 주주운동을 멈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휴비츠의 주주환원 조치로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향후 회사의 행보에 따라 분쟁 여지를 남겼다.
결과적으로 휴비츠는 소액주주 요구에 부응하는 한편, 향후 분쟁 재점화에 대비한 지배력 강화 효과를 동시에 거둔 셈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휴비츠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54.6%에 달한다.
휴비츠 관계자는 "최근 임원 주식 매입과 자사주 소각은 주가부양 및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시장의 요구에 따라 주주친화적 행보를 한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한편 휴비츠는 안과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사로, 해외 매출 비중이 90%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은 1179억원, 영업이익 133억원, 당기순이익 84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590억원, 영업이익 51억원, 순이익 13억원으로 흑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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