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 가전사업이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수요 둔화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했다. 매출 비중은 20%에 달하지만 이익 기여도는 4% 안팎에 그쳐 '덩치는 큰데 돈은 못 버는' 구조다. 이에 가전 투톱인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과 김철기 생활가전(DA) 사업부장(부사장)이 인공지능(AI)과 구독을 앞세워 돌파구 모색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사업부 합산 영업이익은 올 들어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2분기 기준으로 약 2000억원에 그치며 전체 영업이익(4조7000억원)의 4% 남짓에 머물렀다. 매출은 14조원을 웃돌았지만 영업이익률은 1%대에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VD·DA 합산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는 교체주기가 길어진 TV·가전 특성과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 중국의 '이구환신(낡은 제품 교체 보조금)' 정책에 힘입은 저가 공세가 맞물린 영향이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가전 사업 책임자인 노 사장과 김 부사장은 돌파구를 AI와 구독에서 찾고 있다. AI로 생활가전 전반의 혁신을 이끌고, 구독 모델을 결합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단순 가격 경쟁으로는 중국 업체에 맞서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노 사장은 'AI 홈'이라는 비전을, 김 부사장은 세부적인 영업·마케팅 실행을 각각 맡는 구조다. 두 사람의 경력을 고려하면 노 사장은 모바일경험(MX)에서 검증된 AI·앰비언트 전략을 DA로 확산시키고, 김 부사장은 스마트폰·가전·TV 등 영업 경험을 두루 갖춘 만큼 부진에 빠진 DA사업의 실적 반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모습이다.
노 사장은 최근 'IFA 2025'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모바일·TV·가전이 AI 홈 비전 아래 유기적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앰비언트 AI' 확산 의지를 강조했다. 스마트폰에서 폴더블폰 대중화와 AI폰 흥행을 이끈 경험을 가전에 이식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부사장도 "향후 3년 내 10억대의 AI 기기가 전 세계 가정에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영업·마케팅 전문가로는 드물게 DA사업부장에 오른 그는 취임 이후 생활가전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노·김 투톱 체제가 출범 반년여 만에 예상보다 빠르게 안착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AI와 구독 전략을 사업 전반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생활가전에는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인식해 조명·온도·보안까지 제어하는 앰비언트 AI를 적용했으며, 이달 초에는 구독 서비스 'AI 구독클럽'을 개편했다. 무제한 A/S와 추가 점검, 스마트싱스 자동 세팅 등 편의 기능을 더한 '블루패스'를 도입해 차별화를 꾀했다. 이어 최근에는 가전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가구장 리폼 서비스'를 출시, 기존 가구 철거부터 설치, 사후관리까지 일괄 제공하기로 했다. AI·구독·리폼을 잇는 원스톱 서비스로 틈새 수요까지 끌어안아 고객 접점을 최대한 넓히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AI·구독 전략이 단기간에 성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더라도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려면 서비스 품질과 글로벌 확산 속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 업체의 가격 공세와 LG전자의 구독 선점 효과 등 경쟁 환경도 만만치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와 구독이 가전 사업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는 건 분명하지만 성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올 하반기가 노태문·김철기 투톱 체제의 시험대가 될 것이고, 그 결과가 내년 사업 구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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