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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학계 "이재용, 광폭 행보·변화 기대"…상징적 선언 필요
신지하 기자
2025.07.17 11:33:21
이재용 회장, 총수 리더십 본격화…반도체·SW 경쟁력 강화 주문
이 기사는 2025년 07월 17일 11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월9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CBAC)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짓고 9년여간 이어진 사법리스크 족쇄가 풀리면서 책임경영과 지배구조 개편 등 공격적인 경영행보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학계는 이번 판결로 삼성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이 회장이 과거 대비 좀 더 적극적인 경영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그룹차원의 상징적이고 명확한 메시지를 통해 내부 사기를 끌어올려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반도체 경쟁력 회복과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역량 강화, 지배구조 개편 등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와 변화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문도 잇따랐다.


재계·학계에 따르면 이번 이 회장의 무죄 확정이 단순히 총수 개인의 사법리스크 해소에 그치지 않고, 삼성 전반의 불확실성을 털어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이 회장이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는 동안 삼성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 경쟁사 대비 기술 격차 확대 등 대내외적 변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총수 리더십이 본격화되면 그동안 미뤄졌던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이 추진, 이른바 '삼성 위기론'이라는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형남 숙명여대 글로벌융합대학 학장(한국AI교육협회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이 회장이 다소 늦게나마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을 환영한다"며 "그동안 기업인을 향한 견제가 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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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삼성은 단기적으로 반도체 위기 극복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 AI 사업 비중을 늘리는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의 100조원 AI 투자 계획에 협력할 필요는 있지만 정부 주도의 '소버린(주권적) AI'보다는 삼성이 글로벌 협력과 자체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산업을 리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 비전과 방향성을 잡고, 자체개발과 유망기업 인수합병(M&A) 등 관련 투자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도 삼성전자에서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수 있는 때가 왔다고 평가했다. 불확실성이 해소된 지금이야말로 삼성전자가 한발 앞선 의사결정을 내릴 시점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기업 총수의 역할은 큰 전략적 판단을 시기적절하게 내리는 데 있다"며 "무조건 성공한다는 정답은 없지만 가장 뼈아픈 건 타이밍을 놓쳐 실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그동안 불확실성 탓에 빠른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만큼 앞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춘 선제적 결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그룹 차원의 명확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무죄 확정 시점을 계기로, 하나의 상징적인 선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삼성의 떨어졌던 사기를 올리고 삼성의 분위기를 바꿔야한다는 지적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이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라며 "기존 사업을 강화하고, 신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을 제대로 설계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에 대한 기대감이나 책임감,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이 회장의 전면적인 광폭 행보가 가능한 만큼 '신발끈을 조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각오'로 결연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기이사 복귀 여부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 회장이 이사회에 복귀하더라도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아 단기 성과를 내기 쉽지 않지만 오너가 전면에 나서야 전문경영인과 임원진이 움직일 동력이 생긴다고 입을 모았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이 회장이 3심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된 만큼 이제 이사회 복귀를 안 할 이유는 사실상 없다"며 "사내이사로 복귀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대표이사까지 맡아야 상법상 최고 책임자로서 경영과 법적 책임을 모두 지는 진짜 책임경영 체제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어 "무등기 회장 체제로는 이미 그룹 내부 동력이 많이 약해진 상황"이라며 "이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그룹 전면에 나서야 변화와 혁신, 위기 극복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김민영 기자)

전문가들은 삼성이 당면한 과제 중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반도체 경쟁력 회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I 시대를 맞아 급성장 중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이 뒤처진 이유로는 기술력 저하를 꼽았다. 삼성전자는 5세대인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가 지연되며 시장 신뢰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7.7%로 2위를 기록했다. 1위인 대만 TSMC는 67.6%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3위인 중국 SMIC(6%)와는 불과 1.7%포인트 차이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9% 급락한 4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배경에도 HBM과 파운드리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이 회장이 총수 리더십을 발휘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글로벌 고객사 신뢰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건 HBM 실적 부진과 파운드리 적자지만 결국 고객 확보가 안 됐기 때문에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에 이 회장이 미국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수주를 따내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야한다고 내다봤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HBM과 파운드리 모두 수주형 사업으로, 고객 요청이 있어야 생산이 가능한 구조"라며 "하반기에는 엔비디아 H20의 중국 규제 완화로 HBM3 공급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HBM4 양산을 위해선 결국 기술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3나노 공정 수율 개선도 시급하다"며 "이 회장이 직접 고객사를 만나서 수주를 만들어야 하반기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상당히 위험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이 다시 초격차를 되찾으려면 HBM과 파운드리 분야에서 선제적인 설비투자와 명확한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이 회장이 총수로서 과감하고 선명한 의사결정을 통해 '삼성이 달라졌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원래 반도체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던 게 정체성이었지만 지금은 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완전히 밀렸다"며 "특히 엔비디아용 HBM 공급에서도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 상황에서 총수의 용기있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월3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삼성의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엔비디아와 TSMC에 밀린 건 하드웨어(HW) 문제가 아니라 SW 준비 부족 때문이지만 이를 간과한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바이오·로봇에 투입하는 막대한 투자금의 10분의 1이라도 SW에 쓴다면 현재의 꽉막힌 숨통이 트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송천 KAIST 명예교수는 "삼성은 20여년 전 안드로이드 인수 거절 사례를 놓고도 아직 한번도 일말의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표현한 적이 없다"며 "이를 깨닫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고전을 면치 못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이 글로벌 순위 10위에서 31위로 떨어진 배경도 SW 경쟁력 부재와 무관치 않다"며 "이 회장은 물론 회장단 내 사장급 인력 200~300명 모두 SW 안목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내부 인재 육성이나 외부 수혈로 삼성의 변화에 대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영권 승계 문제를 둘러싼 지배구조 정리와 20년 넘게 이어진 사업구조 개편도 삼성 앞에 놓인 핵심 과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금산분리법과 보험업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인적분할해 세운 삼성바이오로직스홀딩스를 상장하고 그 자금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상법 개정 등 다양한 난관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현재 MX와 DS사업부 체제는 20년 이상 사업구조를 이어오고 있어 혁신과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며 "반도체의 본원적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지, 여전히 '6만전자'로 묶인 주가를 뚫어낼 신성장 동력을 무엇으로 삼을지에 대한 답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이제는 본원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 마련에 더 이상 핑계를 댈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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