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DB그룹 신임 회장직에 올해 81세인 이수광 전 DB손해보험 사장이 올랐다. 김준기 창업회장의 아들 김남호 회장은 불과 50세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며 사실상 경영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김준기·김남호 부자 사이의 껄끄러운 관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DB그룹은 27일 이수광 전 DB 손보 사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며 본격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수광 신임 회장을 선임한 이유로 "글로벌 무역전쟁 격화, 급격한 산업구조 변동과 인공지능(AI) 혁명, 경영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전문경영인들을 중심으로 사업경쟁력과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인사를 계기로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이 번갈아 가며 경영을 맡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자율·책임경영 체제가 확고히 뿌리내릴 것이란 기대를 내비쳤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한 의구심이 적잖다. 특히 2020년 7월부터 시작된 DB그룹의 2세 경영이 불과 5년여 만에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수광 신임 회장은 김준기 창업회장과 1944년생 동갑으로, 그룹 내 최고령 임원이기도 하다. 1975년생인 김남호 회장에게는 아버지뻘이나 다름없다.
이에 최근 몇 년 사이에 불거졌던 DB그룹 부자간 불화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앞서 김준기 창업회장은 2017년 9월11일 여성 비서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피소되자, 같은 달 21일 입장문을 발표하며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DB그룹은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이근영 동부화재 고문을 회장으로 선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3년 만에 이근영 회장 대신 그 자리를 김남호 회장이 이어받으며 2세 경영이 본격화했다.
그러나 심상치 않은 분위기도 감지됐다. 2021년 DB와 DB하이텍 상근 경영고문으로 복귀한 김준기 창업회장이 2022년부터 지분을 늘리며 아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시작했다. 당시 김준기 창업회장은 DB김준기문화재단이 보유한 DB 지분 전량 864만여주를 사들여 지분을 11.6%에서 15.9%로 늘렸다.
그해 7월에는 김준기 창업회장의 딸인 김주원 DB하이텍 미주법인장이 DB그룹 부회장직에 오르며 미묘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올해 1분기 기준 김남호 회장은 DB 지분의 16.83%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어 김준기 창업회장 15.91%, 김주원 부회장이 9.87%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김준기·김남호 부자간 미묘한 신경전이 이번 인사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현재 김준기 창업회장은 경영자문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사실상 그룹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공시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 김준기 회장은 올해도 기업 총수를 의미하는 동일인 자격을 유지 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준기 창업회장이 사법리스크로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권한을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위에서도 김준기 회장에 대한 동일인 지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DB그룹 사업보고서를 보면 임원들이 대체로 고령이고, 세대 교체도 원활하지 않다"며 "이는 김준기 회장의 측근들이 그룹 중심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DB그룹 측은 이수광 신임 회장이 DB그룹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만큼 누구보다 회사를 잘 파악하고 있기에 그를 회장으로 선임했다는 입장이다.
DB그룹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이번 인사는 도요타와 같이 경영환경에 따라 전문경영인과 대주주 일가가 번갈아가며 경영을 맡는 시스템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확대해석을 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