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올해 1분기 견조한 실적을 거둔 HD현대삼호가 매출채권 증가로 영업활동현금현금흐름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수주한 액환천연가스(LNG)선 1척과 관련해 2000억원이 매출채권으로 계상됐기 때문이다. 당초 지난 1월 인도했으나 잔금이 곧바로 유입되지 않으면서 외상값으로 잡힌 것이다.
HD현대삼호 측은 선박 인도와 잔금 지급시점의 시차 발생으로 매출채권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일시적으로 매출채권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2분기 들어 잔금이 유입된 만큼 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이란 입장이다. 다만 3년치에 달하는 대규모 수주잔고를 보유한 만큼 원재료 등의 지출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향후에도 운전자본 변동 대응과 비용 효율화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삼호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1분기 14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023억원으로 26.9% 감소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기업이 본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 창출력을 의미한다. 당기순이익을 기반으로 산출되는데, 같은기간 당기순이익은 1858억원에서 2714억원으로 46% 증가했음에도 현금창출력이 둔화했다.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 둔화는 매출채권 증가에서 비롯됐다. 매출채권은 기업이 재화나 용역을 판매하고 아직 받지 못한 외상판매 대금을 의미한다. HD현대삼호는 지난 2022년 3월 유럽 소재 선사로부터 5458억원 규모의 LNG선 2척을 수주했고 한 척은 올해 1월, 나머지 한 척은 3월 말 인도하기로 계약했다. 1월 LNG선 인도로 매출이 늘었으나 잔금 회수가 계약기한보다 늦어지면서 첫번째 선박 계약금 중 약 2000억원을 매출채권으로 계상한 것이다. 이에 따라 1분기 매출채권은 1476억원에서 3257억원으로 120.7% 급증했다.
통상 조선업은 선박 인도 시점에 계약금의 60%를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건조 계약을 체결한다. 수주 이후 인도까지 2년의 시차를 고려하면 실제 선박 납기를 통한 현금유입 시점과 투자집행 시점간 간극이 크다. 공사 물량이 늘어날 경우 인건비, 원자재 구입비용도 동반 상승하는데 신조선 수주 선수금과 잔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자체 현금이나 차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운전자본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이 경우 단기 유동성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현준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조선사는 신규 수주에 따른 선수금 유입과 인도 시 받는 대금으로 건조자금을 충당한다"며 "잔금 유입 비중이 높은 헤비테일 계약이 대부분이다 보니 매출채권 증가로 운전자본 등락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물론 HD현대삼호가 현금흐름 둔화로 단기 유동성 부담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2조424억원에 달해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HD현대삼호는 올해 조선소 정기 보수 등을 위해 1637억원을 투자할 예정인 데다, 지난 5월 기준 수주잔량이 166억7000만달러(22조9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건조물량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운전자본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인도시점과 잔금 입금 시점간 시차로 매출채권이 발생했다"며 "현재는 잔금이 유입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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