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쿠팡이 부도 위기까지 내몰렸던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한 지 1년 만에 흑자로 만들었다. 파페치는 쿠팡의 약점인 '명품'과 '글로벌'을 모두 해결해 줄 '만능열쇠'로 평가받고 있다. 혹독하게 파페치의 군살을 뺀 쿠팡은 파페치를 디딤돌 삼아 글로벌 유통사로의 도약에 속도를 낸다는 목표다.
7일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파페치는 작년 4분기 조정 에비타(EBITDA) 흑자(상각 전 영업이익)를 달성했다. 파페치의 조정 에비타 손실은 인수 첫 분기인 지난해 1분기 411억원, 2분기 42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그러다 3분기 손실이 27억원으로 크게 줄어든 데 이어 4분기에 418억원 흑자(3000만달러) 전환에 성공했다.
에비타는 이자비용·법인세·유무형 자산 감가상각비를 반영하기 전 이익으로 본질적인 영업활동으로 인한 수익성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 쿠팡도 앞서 2022년 1분기 첫 에비타 흑자를 기록한 뒤 두 개 분기 뒤인 3분기에 영업이익을 낸 것처럼 쿠팡은 파페치도 곧 완전한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1년 전 연간 1조원대 규모의 영업적자로 파산 위기에 내몰린 파페치를 인수하며 "회사를 정상화하겠다"던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첫 분기 에비타 흑자를 기록한 뒤 "수억달러 손실을 보던 파페치가 1년 만에 손익분기점에 가까운 턴어라운드를 달성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쿠팡은 파페치 인수 후 혹독한 군살빼기에 나섰다. 2007년 설립된 파페치는 2015년 대비 2021년 매출이 16배나 뛰며 고속성장을 이뤄냈다. 루이비통·에르메스 등 전 세계 1400개 이상의 명품 브랜드를 확보하며 글로벌 명품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지만 지나치게 사업을 확대하며 위기를 맞았다. 쿠팡 인수 직전인 2023년 상반기 파페치의 영업적자는 5600억원(약 4억643만달러)에 달했다.
쿠팡은 파페치 인수 이후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사임을 시작으로 지난해 영국과 포르투갈에서 파페치 임직원 2000명 중 25~30%를 감축했다. 럭셔리 브랜드에 기술이나 물류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페치 플랫폼 솔루션즈' 사업부를 정리했고 가상 시착 체험기술 회사인 워너비도 매각했다. 런던, 뉴욕, 홍콩 등에 산재해 있던 해외 사업장도 권역별로 통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한 관계자는 "쿠팡은 파페치 인수 후 1년간 '군살빼기'를 통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며 "이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페치는 쿠팡의 약점인 '글로벌'과 '명품'을 모두 해결해 줄 날개가 될 수 있다. 쿠팡은 작년 국내 유통업계로는 최초로 매출 40조원을 넘겼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매출이 국내에 머물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41조2901억원이다. 그 중 파페치와 대만 쿠팡 등 한국 쿠팡 외 사업이 포함된 성장사업 매출은 4조8808억원에 불과하다. 여전히 매출의 상당 부분을 한국 쿠팡에 기대고 있는 구조인 것이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쿠팡은 글로벌 유통기업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해야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명품은 쿠팡의 또 다른 약점이다. 로켓배송을 통해 쿠팡은 공산품을 넘어 신선식품 온라인 시장까지 장악하기 시작했지만 브랜드 가치를 최우선으로 따지는 명품은 품지 못했다. '로켓럭셔리'라는 별도의 카테고리를 만들었지만 여기서 취급하는 명품은 화장품에 국한된다. 이마저도 쿠팡 앱 안에 존재할 때는 쿠팡이 주는 이미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판단했는지 지난달 알럭스(R.LUX)라는 별도의 앱으로 독립을 시켰다.
192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페치는 글로벌 명품 플랫폼으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고 여전히 많은 이용자 수를 확보 중이다. 파페치 한 달 방문자만 평균 4900만명 수준이다. 국내에선 공식 수입되지 않는 명품 브랜드나 제품을 구입하는 창구로 스타일리스트 등이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쿠팡은 파페치를 인수한 뒤 최근 위상이 높아진 K-명품 패션 브랜드를 역수출하는 플랫폼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파페치에는 송지오, 김해김, 이명신(로우클래식) 등 여러 한국 신진 디자인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쿠팡은 향후 알럭스와 파페치를 통해 명품 뷰티와 패션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도 "알럭스와 파페치와 함께 매력적인 글로벌 럭셔리시장을 공략할 독보적인 입지를 갖춰나갈 것"이라며 500조 규모의 글로벌 명품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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