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쿠팡이 한국과 동일한 방식으로 대만 이커머스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대만에서의 성과가 본격화되면 국내에만 서비스가 국한됐다는 한계를 넘어서 상장 이후 지지부진하던 주가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실적이 포함된 쿠팡의 작년 성장사업(대만·파페치·쿠팡이츠 등) 매출은 4조8808억원(35억6900만달러)으로, 전년(1조299억원)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2023년 12월 인수한 파페치의 매출(2조2667억원·16억5800만달러)이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편입된 효과도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쿠팡의 성장사업 매출(2조6141억원)은 153.8%나 증가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이를 두고 "한국에서 만든 플레이북(playbook·성공 매뉴얼)이 다른 시장에서도 성공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대만 로켓배송의 지난해 4분기 순매출은 전분기(3분기) 대비 23% 성장하는 동시에 상당한 규모로 운영되는 등 유의미한 모멘텀을 보였다"며 처음으로 구체적인 대만 성과를 부각했다.
김 의장의 말처럼 대만 쿠팡에는 한국 쿠팡과 똑같은 성공 방정식이 적용됐다. 쿠팡은 2021년 7월 대만에서 퀵커머스 시범사업을 시작하며 대만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엿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건 2022년 10월 대만 내에 첫 번째 풀필먼트센터를 가동시키며 로켓직구와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다. 2023년 11월 대만 두 번째 풀필먼트센터를 연 쿠팡은 대만사업이 어느 정도 연착륙하자 이듬해 2월 와우멤버십을 론칭했다.
물류 투자를 통해 배송시간을 단축하고, 와우멤버십을 통해 고객을 '록인(자물쇠)'하는 전략이 정확히 한국과 똑같다. 쿠팡의 대만 내 풀필먼트센터 두 곳은 모두 타오위안 국제공항 인근에 위치했다. 타오위안 공항 인근에 풀필먼트센터를 마련하면서 로켓직구 상품과 대만 내에서 직매입해 판매하는 로켓배송 상품을 모두 빠르게 배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타오위안 공항은 대만의 수도이자 인구 10분의 1일 몰려있는 타이베이와 약 40km 거리로 가깝다.
와우멤버십도 한국 쿠팡이 론칭 초기해 제공했던 서비스와 똑같다. 이전까지 대만 쿠팡에선 490대만달러(약 2만1500원) 이상을 구매해야 무료 로켓배송이 가능했지만 와우멤버십 도입 후 월 59대만달러(약 2600원)를 내면 무료 로켓배송과 30일 이내 반품 등 2가지 혜택을 제공한다.
실시간으로 가격을 바꾸는 '다이나믹 프라이싱' 정책도 대만에서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직매입 구조인 쿠팡은 유통사지만 가격 결정권도 쥐고 있다. 한국 쿠팡에서도 동일 상품이 재고나 인기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이 변한다. 쿠팡은 이 정책을 적용시켜 대만에서는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대만 이커머스인 기업인 모모는 코카콜라 330ml 24개입을 340대만달러(약 1만5082원)에 판매하고 있는 반면 쿠팡은 같은 상품 구성을 306대만달러(약 1만3574원)에 판매하면서 200대만달러 쿠폰까지 제공하고 있다.
쿠팡은 대만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보고 있다. 대만은 높은 인터넷 보급률은 90%에 달하지만 온라인쇼핑 이용률은 20% 내외 수준에 불과하다. 온라인쇼핑 비중이 30%에 육박하며 과도기에 접어든 국내 시장과 달리 성장 여력이 아직 풍부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대만의 인구밀도는 ㎢당 673명으로 515명인 한국보다 높다. 대규모 물류 투자를 해도 효율을 내기 좋은 구조다.
대만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쿠팡의 주가도 반등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의 주가는 작년 4월부터 10달러 박스권은 벗어났지만 여전히 공모가(35달러)를 밑도는 2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김 의장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을 도입한 물류 효율화와 함께 고객과 주주가치를 위한 지속 투자를 주요 전략으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신규 부문이나 지역에 진출할 때에도 '고객에 대한 집착과 장기 투자'를 하는 쿠팡의 방식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동일하게 물류에 대한 장기 투자, 손해를 감수하고 제공하는 멤버십 혜택 등 고객 혜택에 집착하는 한국 쿠팡 방식을 대만에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 한 관계자는 "쿠팡의 낮은 영업이익율과 한국시장에 머무는 매출로 인해 주가가 박스권에 갇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가 올라가기 위해서는 신사업으로 공들이고 있는 대만을 포함해 글로벌 성장을 보여줘야 미국시장에 상장한 쿠팡의 주가도 올라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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