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국내 초콜릿 수입 1위 기업인 롯데웰푸드가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코코아 가격으로 영업이익에 직격탄을 맞았다. 경쟁사와 다르게 초콜릿 원물을 수입해 직접 가공하는 롯데웰푸드는 코코아 가격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원산지 기후변화로 인해 죽은 코코아 나무가 다시 자랄 때까지 원재료 파동이 최장 5년은 더 갈 것으로 전망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웰푸드의 연결기준 작년 연간 매출은 4조443억원으로 전년 대비 0.5%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1571억원으로 11.3% 감소했다. 영업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원재료값 변화다. 특히 카카오 단가 인상으로 작년 원재료값만 294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콜릿 원재료인 코코아 가격은 원산지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달 뉴욕 선물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은 미터톤(metric ton)당 1만256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코코아 미터톤당 가격은 2000~300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평상시 대비 5~6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코코아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주요 생산지인 서아프리카 지역의 생산량이 기후변화로 인해 급감했기 때문이다. 국제코코아기구(ICCO)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간 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 생산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22% 감소했다. 가나의 코코아 생산량도 같은 기간 27% 급감했다.
원재료 상승 문제는 단기간 내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현지에서는 병해를 입은 카카오 나무 치료가 어려워 모두 베어내고 새로 묘목을 심고 있다. 새 나무에서 원두를 수확하기까지 최장 5년이 걸리기 때문에 카카오 수급·가격 불안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까지 나서 직접 가나를 방문해 농장을 점검하고 묘묙을 기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롯데웰푸드는 우선 상품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원재료값 상승을 헷지(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회사는 작년 6월 초콜릿류 상품의 가격을 평균 12% 인상했지만 작년 한 해 동안 142%나 오른 원재료값을 감당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에 롯데웰푸드는 8개월 만인 이달 초콜릿류 건·빙과 제품 26종 제품가격을 평균 9.5% 추가로 인상하기도 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다른 업체의 경우 카카오 원두를 수입하는 게 아니라 1차 가공된 가공물을 수입하는 경우다 대다수지만 우린 원두를 직접 수입하고 있다"며 "카카오 가격이 오르면 그대로 원가에 다 반영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당장은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기 있지만 원재료 인상 여파가 단기간 내 끝날 문제가 아닌 만큼 자구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롯데웰푸드의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허쉬나 네슬레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그나마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단가협상을 할 수 있지만 롯데웰푸드의 경우 수입 규모가 적다 보니 가격 협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함량이나 생산량 조절은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검토는 할 수 있지만 적용 가능성이 희박하다. 특히 생산량 조절의 경우 유통사와 맺은 계약관계로 자체적으로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 원가가 오르긴 했지만 아예 생산이 불가능한 게 아닌 상황인 만큼 들어오는 주문량을 안 받을 순 없다는 게 롯데웰푸드의 입장이다. 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해 품귀 현상이 벌어지게 되면 회사 이미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카카오 수급 관련해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게 사실이다. 이전까지 한 번도 카카오 수급이나 단가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었는데 병풍해로 인해 하루아침에 갑자기 수급 불안정과 단가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예상치 못했던 문제인 만큼 급하게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로서는 판매가격을 올리는 수밖에 없어 올해도 8개월 만에 가격 인상을 진행했다"라며 "용량을 줄이고 가격을 그대로 가져가거나, 맛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함량 변화 등은 제품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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