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BYD는 한국에서 테크기업으로 입지를 다질 것입니다. 배터리 기술만큼은 다른 기업들보다 확실히 뛰어나고 안전하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BYD(비야디)가 지난 17일 국내 승용 브랜드 출범 행사를 계기로 한국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BYD에 '세계 1위'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만큼 현장 취재 분위기는 뜨거웠다. 행사 질의응답 시간에는 BYD를 향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공식 행사가 끝난 후에도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삼삼오오 BYD 관계자들을 에워싼 채 질문세례를 이어갔다. 이날 기자도 질문을 위해 대기 중이었는데 앞차례 사람의 질문에 귀가 쫑긋해졌다. BYD에 스타 마케팅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내용이었는데 BYD로부터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BYD가 국내 사업 초기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기업을 알릴 법한데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세간의 예상과 달리 BYD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테크기업'으로서 강한 인상을 심을 수 있도록 기술력을 적극 강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BYD에 테크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무방한지 판단하기 애매모호하다면 이 기업의 성장 일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BYD는 1995년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소형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로 출범했다. 이후 창립 8년 만인 2003년 파산 위기에 몰렸던 국유기업 친촨자동차를 인수하며 완성차 제조업으로 업역을 넓혔다. 자동차가 아닌 배터리 제조회사로 출발한 만큼 기술 경쟁력 면에서 나름의 자부심을 가질 만한 대목이다.
사실 BYD가 테크기업으로 눈도장 찍으려는 배경에는 '중국산'이라는 편견을 깨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지난해 8월 인천 청라 국제도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EQE 350'의 화재사고가 중국산을 둘러싼 경계심에 제대로 불을 지핀 상황이다.
당시 해당 차량에 탑재됐던 중국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 에너지가 생산한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다. BYD가 NCM 보다 안전성이 높다고 알려진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주력으로 밀고 있지만 '중국산 포비아(공포증)' 역풍을 온전히 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산은 값싼 만큼 품질이 떨어진다는 오해 역시 BYD가 '넘어야 할 산'이다. BYD 이전에도 국내 소비자들은 '메이드 인 차이나' 자동차를 수차례 접했는데 지금은 자취를 감춘 북기은상기차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켄보 600'이 대표적이다.
켄보 600은 2017년 출시돼 1999만~2099만원에 구매 가능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모델로 '반짝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엔진 출력 부족 등 주행 성능이 딸린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 채 불운한 결말을 맞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가 터져 우리나라에 반중 정서가 확산했던 탓에 사업 환경도 녹록치 않았다.
테크기업을 표방하는 BYD는 한국에서 다른 미래를 펼칠 수 있을까. 해답의 실마리는 '기술은 왕이고 혁신은 기초'라는 BYD의 경영원칙에서 찾아볼 수 있다. BYD는 90만명이 넘는 글로벌 전체 임직원들 중 연구개발(R&D) 분야에만 10만명 이상을 배치하는 등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한다. BYD가 지난 30년 간 쌓아 올린 기술력을 지렛대 삼아 한국시장에서 명실상부한 테크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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