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LG전자가 높아진 물류비 부담으로 고민이 많은 모습이다. 컨테이너뿐 아니라 LX판토스 등 포워딩 업체와의 가격 협상도 쉽지 않은 가운데, 올해도 물류비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여러 생산기지를 적극 활용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대안 컨테이너를 확보하는 식으로 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의 잠정 실적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를 냈다. 전년 동기 대비 53%나 급감한 1461억원을 올렸다. LG전자는 해외 매출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해외 매출 확대는 국내보다 높은 마진을 기록해 고수익으로 이어지지만, LG전자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대폭 감소한 것이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을 깎아먹은 것은 해상 물류비 등 비용 증가다. LG전자의 '캐시카우'로 불리는 생활가전(H&A) 및 TV(HE) 부문은 보통 해상으로 제품을 운송한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중국 업체들이 '미국발 관세 폭탄'을 우려해 대량의 물량을 미리 선적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좋지 않은 환경 탓에 글로벌 해상운임이 급등했다.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3일 기준 2505.17로, 전주 대비 44.83%p 올랐다. 해상운임이 2500선을 넘긴 것은 세 달 만이다.
LG전자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물류비는 2조2874억원으로 직전년 동기 대비 3000억원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하반기 물류비는 수천억원대 손실로 연결됐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가전, TV 매출이 늘어날수록 손실도 확대되는 셈이다.
LG전자는 현재 올해 물량을 놓고 컨테이너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SCFI 자체가 높은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물류비를 낮추기는 어렵다. 업계 한 관계자는 "컨테이너 사업자들은 SCFI를 기준으로 운임을 결정해, 이들조차 운임을 예상하기 어렵다"며 "협상을 아무리 잘해도 물류비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물류 운송 과정 전반을 담당하는 '포워딩' 수수료를 줄이기도 쉽지 않다. LG전자의 포워딩은 과거 LG그룹 계열사였던 LX판토스가 상당수를 맡고 있다. 계열 분리 후에는 가격 협상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LX판토스가 LG그룹 계열사였을 당시, LG전자는 이 회사의 모든 수입구조를 열람하고 유리한 위치에서 활용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LX판토스가 저마진으로 포워딩 업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열사 분리 후에는 LX판토스의 손해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증권가에서는 H&A, HE 부문에 대한 실적 눈높이를 속속 내리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H&A 부문 매출 7조4000억원, 영업손실은 140억원으로 적자전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 올랐으나 영업손실은 20% 늘어난 것이다. HE 부문은 매출 4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70억원에 그쳤을 것으로 내다봤다.
LG전자는 이같은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스윙생산과 선행생산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물류비 뿐 아니라 통상 정책 변화에 대한 전반적인 대응안으로 사용될 수 있다. 스윙생산은 회사가 보유한 다양한 생산기지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이다. A에서 B로 이동하는 물류비가 높을 경우 비용 부담이 낮은 C에서 제품을 생산해 B로 보내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비슷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갖추고 있어 생산기지마다 생산량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행생산은 제품을 미리 생산해 물류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선제적으로 보내 예비 수요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외에도 컨테이너와 장기 계약하거나, 대안 컨테이너를 확보하는 식으로 리스크를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마케팅 등 비경상적 비용 증가도 영업이익을 줄이는 데 한몫 했다. 마케팅 비용의 경우 보유재고 건전화 차원에서 부진재고를 판매하면서 발생했다. 기존에도 이러한 움직임이 지속됐으나, 지난해는 조직개편으로 인해 이 과정이 더욱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BS본부 등 조직개편으로 사라진 본부가 다른 본부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남은 재고를 소진한 것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부진재고를 저렴하게 판매하면 회사가 비용을 보전해야 하는데, 지난해 이 추가적인 비용이 더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미래 수익성을 위한 빅 배스(big bath·대규모 손실 처리)"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회사는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매출 감소를 감당한 것이 아니라 기대보다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써서 유통 재고를 소진시킨 셈"이라며 "미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큰 조직 개편을 실행했고 그 전에 비용 구조를 가볍게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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