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실적과 주가는 정비례한다."
흔히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호실적이 주가의 우상향을 이끈다는 말이 통용된다. 건실한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건 당연지사다. 실적은 향후 주가를 전망하는 증권사 연구원들의 리포트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만큼 실적과 주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반면 실적과 주가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사례도 있다. 호실적에도 부진한 주가 흐름이 이어지는 경우를 주식 시장에서는 간혹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9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밀리의서재가 대표적 사례다.
밀리의서재는 지난해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돌파하며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올 3분기 들어서는 9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 최대 실적 경신을 다시 한번 눈앞에 뒀다. 상장 후 매 분기 외형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20% 이상, 15% 이상씩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주가는 정 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공모가 2만3000원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밀리의서재는 상장일 따상(공모가 대비 2배)에 근접한 4만1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후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며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밀리의서재 주가는 1만4450원으로, 공모가 대비 37.2% 하락했다. 상장일 종가와 비교해서는 65.2% 낮은 가격이다. 이 같은 주가 흐름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밀리의서재의 사례처럼 별다른 이유 없이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몇몇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주가 부양을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간혹 이들 관계자로부터 "주주들은 어차피 주식을 팔고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말도 듣게 된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A사 관계자는 주가 관련 질문에 "주가 부양을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주가 부양을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단연코 아니다. 배당과 무상증자,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가 부양을 위한 카드는 꽤 다양하다. 주주들 역시 떠나지 않는다. 기존 주주가 또 다른 주주에게 주식이라는 바통을 넘겨줄 뿐이다. 주주명부에 적힌 이름만 바뀔 뿐 상장사가 상폐되지 않는 한 주주와 상장사는 영원한 동반자다.
호실적 속 부진한 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밀리의서재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21년까지만 하더라도 마이너스(-) 6641%였던 밀리의서재 유보율(이익잉여금+자본잉여금)은 올 3분기 1472%다. 잉여금이 납입자본금보다 약 15배 많은 상태가 됐지만, 회사 측은 여전히 주주환원정책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재무적으로 당장 주주환원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상장사는 대표가 직접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방법으로 주주들에게 미안함 또는 고마움을 전하기도 한다. 일례로 아나패스는 갑작스레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나 특정 사업의 진행 상황 등을 알리기 위해 대표이사가 자사 홈페이지에 주주편지를 올린다. 브이엠(옛 에이피티씨)은 영업상황과 함께 주주들의 믿음에 보답하겠다는 다짐을 장문의 편지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주주환원정책은 회사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에 대한 보답이다. 그러나 주주환원정책을 시행하고 말고는 기업의 자유 판단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도 상장사의 자율에 맡겨졌다. 아직까지 밀리의서재는 주주환원정책은 물론 주주와의 직접적인 소통조차 하지 않았다. 주주환원정책 혹은 주주와 적극적 소통에 나서는 밀리의서재를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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