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잠깐 개인적 얘기를 하자면 또래보다 대학 입학이 늦었던 탓에 '지각 인생'을 살고 있다. 사람을 만날 때 직위나 직급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나이에 관한 개념 자체가 희미해졌다. 그런데 최근 하나금융지주의 이사 재임연령 변경 소식을 접하고 난 뒤 새삼 나이에 관한 생각이 많아졌다.
하나금융은 최근 이사의 재임연령 관련한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손봤다. 임기 중 만 70세가 되더라도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전에는 만 70세가 되면 '해당일'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금융권에선 이번 개정을 함영주 회장의 연임과 관련지어 해석한다. 함 회장 개인으로 봤을 때 연령 리스크가 해소됐기 때문이다. 기존 규정대로라면 함 회장은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내부규범에 정해놓은 이사 재임연령에 걸려 3년 임기를 모두 채우지 못한다.
자칫 함 회장의 연임을 위한 결정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제도 변경 자체를 문제 삼는 시선은 의외로 많지 않다. 하나금융은 개정과 관련해 '사업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위해서'라고 설명하는데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회장의 집권 시기가 길어지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지만 사업을 꾸준히 추진할 수 있고 혁신 금융 등 새로운 도전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다.
다른 금융지주가 이미 비슷한 요건을 갖추고 있는 점도 별다른 얘기가 나오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만 70세가 넘어도 남은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
하나금융이 하필 지금 시점에서 규정을 바꾼 배경과 평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신입사원 선발에서도 나이 등을 가리는 블라인드 채용이 공정하다고 평가되는 시대에 나이를 기준으로 삼는 규정 자체가 적절한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사 재임연령을 제한하기 시작했던 때로 시계를 돌려보면 회장의 장기집권이 만연했고 이는 내부통제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 연령 제한 규정을 처음으로 도입한 게 바로 13년 전 하나금융인데 2011년 규정을 만들 때 하나금융은 초대 회장인 김승유 전 회장의 두 번째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이었다.
금융지주들은 어떻게 하면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나이를 떠올렸던 듯 하다. 문제는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나이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나이라는 기준이 공감을 얻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연령 제한 규정의 기준이 되는 나이, 만 70세도 특별한 의미에서 정해진 게 아니다. 연령 제한을 처음으로 도입한 하나금융은 당시 골드만삭스 등 해외 금융사의 사례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나이가 기준이 되는 규정은 자칫 경영능력 평가에서 성과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당장 함 회장만 해도 기존 규정대로라면 경영성과보다 연령 리스크가 더 부각됐을 것 아닌가. 능력 좋은 경영자를 잃는 것만큼 기업 입장에서 손해도 없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