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국내 우주항공분야에서도 벤처 생태계가 활성화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 기반의 스케일업(Scale-Up)보단 가시적인 성과 입증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COMEUP) 2024'가 개막 이틀째를 맞았다. 올해 6회를 맞이한 컴업은 우리나라 벤처시장을 전 세계에 알리고 국내외 창업기업과 투자자 등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이날 '퓨처토크(Future talk)' 기조연설(keynote)은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가 맡았다. '우주를 향한 도전, 미래를 향한 발사'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 대표는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을 강조했다. 2017년 9월 설립한 이노스페이스는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회사는 지난 7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면서 '국내 첫 우주발사체 상장기업'이라는 명성을 획득했다.
김수종 대표는 '뉴스페이스(New Space·민간이 주도하는 우주 산업)' 시대에 접어든 우주 산업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발사체 개발의 주체가 정부인지, 민간인지에 따라 비용이나 속도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수록 정부는 '성공'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민간은 '상업성'에 주력한다"면서 "상업성에 집중하는 민간 주도의 우주·항공 산업은 보다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시도를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빠른 성과들을 효율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국내 민간 우주개발 기업들의 성장을 위한 필수요소로 '기술적 성과'를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민간 기업들이 우주개발 사업을 시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대부분의 경영진들은 회사의 비전과 사업계획을 빠르게 공유해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투자유치를 이끌어내는 편이 기업 성장에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쉽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발사체 개발은 B2C(기업 대 소비자 간 거래)가 아니라 기업 대 기업 또는 기업 대 정부 간의 비즈니스(Business) 영역인 만큼 기업, 정부, 국가연구기관 등과의 협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 분야"라면서 "기술적 성과 없이 성장 가능성만을 대외적으로 내세워 투자 받을 경우 자금조달 측면에서는 성공적일 수 있으나 향후 사업을 전개하는 동안 정부, 연구기관, 대학교 등과의 협업을 이끌어내는 데는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종 대표는 "산업 특수성을 고려해 이노스페이스는 설립 이후 3년간 회사를 오픈하지 않았다"면서 "해당 기간 동안 회사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정부 과제에 적극 도전하고 일반 기업들에 부품을 공급하면서 일정 연구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를 최소한으로 개방하는 수준에서 자사의 기술력을 긍정적으로 본 액셀러레이터(AC) 등에게 마중물 성격의 개발 자금을 받아 초기 목표를 달성했다"면서 "이후 회사를 시장에 알리는 단계에선 쌓아온 성과를 앞세워 큰 규모의 펀딩(자금조달)을 견인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이노스페이스는 설립 이후 7여년 간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왔고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그는 "상장은 곧 새로운 시작"이라면서 "향후 앞둔 발사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를 경험할 수 있겠지만 이를 결과가 아닌 성공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격려해주는 응원 아래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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