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제약·바이오 업계 전체가 ESG 경영이 낙제점 수준입니다. 전반적으로 모든 부문을 손봐야합니다."
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컨설팅 업체 대표의 말이다. 그는 제약·바이오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무늬만' ESG 경영을 펼치고 있다며 이제 손볼 때가 됐다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ESG기준원이 발표한 '2024년 ESG 평가·등급 발표'에서 A+(매우 우수) 등급을 받아든 제약·바이오 기업은 단 3곳에 그쳤다. 최상위 등급인 S(탁월) 등급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처럼 제약·바이오 업계는 ESG 경영에 있어 다른 산업 군에 비해 한 발 뒤쳐져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물론 몇몇 기업들은 ESG 활동을 강화하며 등급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지만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이는 단기적인 재무 성과를 내는 것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당장 눈앞의 재무적 성과에만 매몰되면서 ESG 경영이 향후 장기적인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해서다. 이로 인해 ESG 경영에 대한 투자를 비용 측면으로만 바라보고 그 실천을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실제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신약개발에 들일 돈도 없는데 어떻게 ESG에 투자하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업계의 특성상 높은 연구개발(R&D) 비용과 긴 개발 주기로 인한 재정적 부담 때문에 ESG 경영을 우선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ESG 경영은 기업가치 제고에 확실한 플러스(+) 요소다.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은 ESG 경영을 기업 가치 평가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향후 외부자금 조달이나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필수적으로 작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ESG 경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 전략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브랜드 가치를 높여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제 ESG 경영을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로 여기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중하다 보면 장기적인 지속 가능한 성장을 놓칠 수 있다. 작은 노력 하나가 훗날에는 더 큰 성장과 사회적 신뢰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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