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국내 저가커피 프랜차이즈 '빽다방'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국내 커피시장의 '저가 트렌드'에 힘입어 모회사 더본코리아의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를 잡았지만 향후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에선 더본코리아가 최근 사업다각화 의지를 밝히고 지속적인 투자를 예고한 상황에서 빽다방을 통한 재원 조달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빽다방은 더본코리아가 2006년 6월 론칭한 저가커피 프랜차이즈로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 기준 전국 1452곳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저가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와 함께 '빅3'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업체다. 이들 중에서도 빽다방은 가장 긴 업력을 가진 탓에 저가커피 프랜차이즈의 원조 격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빽다방은 최근 저가 커피시장의 성장에 수혜를 받았다. 경기 침체로 인해 저렴한 커피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저가커피 프랜차이즈의 실적과 창업 수요가 크게 늘어난 까닭이다. 실제 NH농협카드가 지난해 국내 8개 커피 전문점 브랜드를 가격별로 분류해 살펴본 결과 저가커피의 매출이 37% 늘어나는 동안 그 외 커피브랜드들의 매출은 9% 밖에 성장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빽다방도 급격한 외형성장을 이뤄냈다. 빽다방의 점포 수는 2021년 말 975곳→2022년 1231곳→2023년 1452곳→2023년 상반기 말 1594곳으로 급증했다. 이 회사의 점포당 평균 매출액도 2021년 2억8504만원에서 지난해 3억1908억원으로 12% 상승했다.
이에 따라 빽다방은 모기업인 더본코리아의 핵심 캐시카우로 부상했다. 빽다방의 지난해 매출은 1353억원으로 더본코리아 전체 매출의 34.9% 수준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빽다방 매출이 789억원으로 집계되며 더본코리아 전체 매출(2113억원)의 37.3% 수준으로 늘어났다.
다만 시장에선 더본코리아의 '빽다방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본코리아는 현재 25개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전체 매출에서 83.80%가 외식가맹사업에서 발생한다. 문제는 더본코리아의 외식가맹사업에서 홍콩반점(올해 상반기 매출 비중 12.7%)을 제외하면 매출 비중이 6%를 넘기는 브랜드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빽다방이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지 못한다면 더본코리아 자체가 휘청거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에 더본코리아도 외식가맹사업 비중을 줄이기 위한 사업다각화 의지를 밝히고 있다. B2B 제조 판매·온라인 자사몰 운영 등 유통사업과 호텔사업, 지역개발사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더본코리아가 최근 기업공개(IPO)에 단행하면서 약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게 됐지만 사업 확대를 위해선 이를 뛰어넘는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실제 2017년 '호텔더본제주'를 통해 호텔사업에 뛰어들 당시 더본코리아의 차입금은 120억원 가량 늘어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빽다방이 자금줄 역할을 담당하면서 자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현재 저가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은 메가·컴포즈커피 외에도 더벤티· 매머드커피 등 신생 커피브랜드들의 참전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빽다방이 모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장기간 이어간다면 정작 본업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저가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손흥민(메가커피), 뷔(컴포즈커피), 덱스(더벤티) 등 수십억원대 '스타 마케팅'부터 각종 콜라보와 이색메뉴 출시까지 마케팅과 제품 연구개발(R&D)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저가커피의 출점전략이 스타벅스·이디야 인근이 아닌 같은 저가커피 옆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추세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시장 한 관계자는 "현재는 저가커피 프랜차이즈가 호실적을 기록하며 성장하고 있지만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언제 '출혈경쟁'으로 전환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빽다방의 경우 모기업의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으니 타 브랜드보다 부담이 더 클 것"이라고 전했다.
더본코리아는 최근 투자설명서를 통해 "사업다각화를 위해 B2B 유통시장 진출과 온라인 자사몰 등을 신규사업분야로 계획 중에 있다"며 "해당 신규사업 추진에 따른 연구개발비용과 설비투자비용에 따른 자금소요에도 사업 진행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신규사업 매출이 계획대로 창출되지 않을 경우 고정비와 설비투자비용 등의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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