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사장단 인사에서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이사 사장을 재신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성과를 보여준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는 충분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게 진 회장의 인사 철학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진 회장의 인사 철학에 비추어 2년의 추가 임기가 주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사장은 신한라이프의 호실적을 이끌면서 '보험 부문이 유독 약하다'는 신한금융지주를 향한 시선도 바꿔내고 있다는 평가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말 이 사장의 임기가 끝난다. 이 사장은 지난해 1월부터 신한라이프를 이끌고 있다.
신한라이프 안팎의 상황과 진 회장의 인사 철학을 종합해 봤을 때 이 사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우선 진 회장은 한번 신임한 인물은 쉽게 내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진 회장 취임 전 사장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사실상 진 회장이 발탁한 인물로도 여겨진다. 이 사장은 2022년 12월 진 회장이 차기 회장에 내정된 이후 실시된 신한금융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신한라이프 대표에 내정됐다.
생명보험업계를 둘러싼 영업환경이 좋지 못한 가운데 신한라이프가 호실적 행진을 이어왔다는 점도 이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내년에도 비우호적 영업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진 회장은 이 사장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진 회장은 계열사 대표에게 충분한 임기를 부여해야 중장기적 관점에서 과감한 혁신도 추진할 수 있다는 인사 철학을 지녔다. 신한은행장을 4년 동안 맡으면서 디지털 혁신 작업 등을 추진했던 경험 등이 이런 철학의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은 지난해 사장단 인사에서 임기가 만료된 모든 계열사 CEO를 유임하며 "성과와 역량을 검증받은 자회사 CEO를 재신임함으로써 CEO가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 관점에서 과감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신한라이프의 성장을 이끌면서 진 회장의 '믿을맨'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장 올해 상반기만 해도 신한라이프는 신한금융 내 비은행 핵심 계열사인 신한카드에 맞먹는 순이익을 기록하며 그룹 실적 성장에 톡톡히 기여했다.
아직 신한라이프의 통합작업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도 이 사장 재신임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7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합병해 신한라이프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별도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등 아직 과제가 남아 있다.
이 사장은 신한라이프 대표에 오르기 전 오렌지라이프에 2년 넘게 몸담았던 만큼 통합작업을 완수할 적임자로 여겨진다. 2019년 7월 오렌지라이프에 합류한 이 사장은 2021년 대표에 선임됐고 신한라이프 출범 이후에는 전략기획그룹장 부사장으로 일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사장의 연임을 유력하게 점치며 연임 여부 외에 임기를 얼마나 부여받을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진 회장이 충분한 임기 보장을 경영 성과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는 데다 실제로 지난해 2년 임기를 추가로 부여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진 회장은 지난해 사장단 인사에서 금융권 관례를 깨고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와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사장에게 2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했다. 보통 금융권에서는 첫 임기로 2년을 보내고 경영 성과에 따라 1년 추가 임기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진 회장이 이 사장을 특히 아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며 "성과도 나쁘지 않은 만큼 연임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10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올해 말과 내년 초 사이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대표의 승계 절차를 시작했다. 신한라이프를 포함해 모두 12곳 자회사가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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