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계열사 대표이사 승계 절차에 들어가면서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핵심 계열사만 놓고 보면 정 사장 만큼 긴 임기를 보낸 대표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도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 기조를 우선순위에 둔다면 정 사장의 긴 임기도 딱히 연임에 걸림돌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10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사이 대표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의 승계 절차를 시작했다. 대상은 신한캐피탈을 포함해 모두 12곳이다.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신한카드·신한라이프 등도 올해 말 대표 임기가 끝나는데 금융권의 관심은 신한캐피탈에 쏠리고 있다. 첫 번째 임기를 보내고 있는 다른 계열사 대표와 달리 정 사장은 이미 두 번 연임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행인 '2+1' 임기도 진작에 채운 만큼 성과와 무관하게 대표 교체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도 신한캐피탈 안팎에서 나온다. 정 사장은 2021년 취임해 2년 동안 회사를 이끈 뒤 2022년 말과 2023년 말 1년씩 추가 임기를 받았다.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은 지난해 진 회장 체제에서 사장단에 합류해 올해 말 첫 번째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3곳 계열사는 성과도 나쁘지 않아 모두 대표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문 사장과 이 사장은 진 회장이 내정자 신분이던 2022년 말 다음 대표 후보에 내정됐고 2023년 취임했다. 정 행장은 지난해 초 전임자가 건강상 이유로 물러난 뒤 2월 행장에 올랐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김상태 사장이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에서 2년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 임기 만료가 예정됐던 계열사 대표를 전원 유임하면서 지주와 은행 등의 핵심 임원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 등도 이런 관측에 힘을 더하는 요인이다. 인사 적체와 조직 분위기 등을 고려해 긴 임기를 보낸 대표에 대해서는 연임을 신중하게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성과가 좋은 지주 부사장이나 은행 부행장이 기대할 수 있는 다음 단계는 계열사 대표에 선임되는 것이다. 하지만 진 회장 체제에서 대표 교체가 크게 일어나지 않으면서 이런 기회도 줄었다.
다만 지난해 사장단 인사에서 드러났던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진 회장의 인사 철학이 올해 인사에도 강하게 적용된다면 정 사장도 신한캐피탈을 계속 이끌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진 회장은 지난해 임기가 만료된 계열사 대표 전원을 유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경영 환경이 어렵다는 점과 충분한 임기를 보장해야 최고경영자가 혁신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두 가지 모두 현재 신한캐피탈 상황에 들어맞는다. 신한캐피탈을 비롯한 캐피탈사는 최근 10년 사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대출을 크게 늘렸는데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인상 등 여파로 당분간 건전성과 수익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사장이 신한캐피탈에서 일군 성과도 나쁘지 않다. 올해 부동산 PF 대출 관련 충당금 적립 등 영향으로 순이익 성장세가 꺾였지만 2020년 1600억원 정도였던 순이익 규모를 3000억원 정도로 불릴 수 있던 데에는 '투자금융(IB) 전문가'인 정 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진 회장은 지난해 자경위에서 "성과와 역량을 검증받은 CEO를 재신임함으로써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 관점에서 과감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교체보다는 연임 결정을 통해 책임경영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의 경우 향후 거취와 관련해 가능한 시나리오가 사실상 연임뿐인 만큼 올해 사장단 인사가 무척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한때 신한은행장 후보 물망에 오르내렸을 정도로 그룹 내 입지가 작지 않은데도 그룹에서 역할을 이어갈 다른 시나리오가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보통 지주에서 계열사 대표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더 큰 계열사나 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하는데 현재로서는 모든 창구가 막혀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다른 금융지주사와 달리 신한금융에는 부회장 직제가 없다.
다른 계열사로 이동 가능성도 크지 않다. 신한캐피탈보다 규모가 큰 계열사는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신한투자증권 정도인데 4곳 모두 내년에도 현재 대표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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