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중국 알리바바 그룹이 여성 의류 플랫폼 에이블리의 구주 투자에 나선다. 알리바바는 총 3차례에 나눠 투자를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올해 하반기 진행하는 1차 투자의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지분을 사들인다. 이번 투자에서 별도의 신주 투자는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20일 벤처캐피탈(VC)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총 3차례로 나눠 에이블리에 투자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진행하는 1차 투자는 초기 투자자들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경영진 등 특수관계자를 제외한 개인투자자의 지분을 사들일 예정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 투자는 총 3차로 나눠서 진행할 예정인데 이번에 진행하는 1차 투자에서는 기존 주주들의 구주만 떠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영진이나 창업자 등 특수관계자 지분보다는 초기에 투자한 개인들 지분 위주로 알리바바가 사들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알리바바가 구주를 매입하면서 책정한 에이블리의 기업가치는 7000억~800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이는 에이블리가 다수의 해외 기관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당시 거론됐던 신주 기업가치(2조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앞서 에이블리는 지난 4월부터 시리즈C 투자를 위한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북미·아시아·중동 등 다수의 해외 기관과 접촉하고 있다. 투자 추진 당시 알리바바가 1000억원가량의 대규모 투자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알리바바가 국내 플랫폼 기업에 투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연내 진행하는 시리즈C 라운드에서 구주와 신주 투자를 병행해 투자금을 유치할 예정이다. 알리바바가 올해 1차로 구주 투자에 나서는 것을 감안하면 알리바바를 제외한 해외 기관으로부터 신규 투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에이블리에 투자한 VC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관이 신규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는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4분기 내에 구주와 신주 투자가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고 밝혔다.
향후 진행할 알리바바의 2, 3차 투자 형태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알리바바의 추가 투자 역시 구주 매입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알리바바가 에이블리와 투자 논의를 시작한 단계부터 줄곧 구주 투자를 희망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까지도 에이블리는 알리바바에 구주를 매도할 기관 투자자들을 물색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알리바바의 경우 투자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부터 100% 가까이 구주 투자를 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투자 협상 단계에서 에이블리는 알리바바가 제시한 기업가치에 엑시트(투자금회수)할 기관 투자자를 물색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알리바바가 그간 구주 투자를 강하게 피력해온 만큼 향후 투자 형태도 구주 매입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에이블리는 2018년 설립한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이다. 초기 동대문 의류 쇼핑몰을 모아 놓은 플랫폼으로 시작해 현재는 홈데코, 코스메틱까지 소비자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출범 3년 만인 2021년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달성했으며 현재는 5만여개에 쇼핑몰이 입점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에이블리의 매출은 2595억원으로 전년대비(1785억원) 4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744억원에서 3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 회사가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 건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지난 2020년 이후 처음이다. 다만 그간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작년 말 기준 결손금은 2042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은 2230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2019년 시리즈A 70억원을 시작으로 시리즈B 990억원, 프리 시리즈C 670억원 등을 각각 유치했다. 지난해에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인트리자산운용으로부터 벤처 대출 형태로 500억원을 받았다. 주요 재무적투자자(FI)로는 ▲LB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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