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수년째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디지털'이다. 특히 카드사는 카카오, 네이버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이 간편결제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확대하고 있어 디지털 부문에 어느 때보다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특히 힘을 준 분야도 바로 디지털이다. 현재 우리금융그룹의 복잡한 상황으로 박 사장 연임에 여러 변수가 있지만 디지털 부문에서 성과를 인정받는다면 연임 평가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최근 모바일앱 '우리원(WON)카드' 내 간편결제 서비스를 전면 개편했다. 오프라인 결제 수단이 다양해지고 실행 속도도 빨라지면서 모바일앱 경쟁력도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박 사장에게 모바일앱과 간편결제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은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서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지급결제 시장이 모바일앱 간편결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국내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결제 중 모바일 기기 등을 이용한 결제 비중은 50.5%로 실물카드 결제 비중(49.5%)보다 높게 나타났다. 2019년 38% 수준이었던 모바일 기기 결제 비중이 계속 증가하면서 실물카드 결제 비중을 앞지른 셈이다.
게다가 간편결제 시장은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이 빠르게 입지를 강화하는 가운데 다른 카드사들도 모바일앱 경쟁력을 강화하며 간편결제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 사장이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디지털 부문에 힘을 쏟기 시작한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이 깊다. 올해 초 우리카드는 디지털 사업 본부를 디지털·IT그룹으로 확대 개편하고 외부에서 디지털 전문가를 영입했다.
올해 2월 선임된 유태현 전무와 박위익 전무는 각각 신한카드, SGI서울보증에서 디지털 관련 업무를 수행했던 인물이다. 당초 두 사람 모두 디지털·IT그룹에 배치됐으나 6월 말 기준 유 전무는 금융서비스그룹을 이끌고 있다.
우리카드의 디지털 강화 움직임에는 우리금융그룹의 경영 전략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의 디지털 강화 의지에 따라 주요 IT 개발 및 운영 업무를 계열사가 직접 수행하는 체제로 IT 지배구조 전환을 추진했고 올해 초 작업을 마무리했다.
다만 박 사장이 모바일앱 경쟁력 강화에서 숫자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확실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업계에서 나온다. 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한 데다 우리카드의 경우 출발점 자체가 불리하기 때문이다.
일단 모바일앱 경쟁력에는 시장 점유율 등 업계 위상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우리카드의 시장 점유율(개인 신용카드 일시불·할부 판매실적 기준)은 7월 말 기준 7.4% 정도다. 또 우리금융이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디지털에서 다소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은행 등 계열사 덕을 보기도 쉽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 모바일앱의 MAU(월간활성화이용자수)는 올해 7월 기준 350만명 정도로 전업 카드사 7곳 가운데 가장 낮다.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의 경우 모바일앱 MAU가 8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MAU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앱을 이용한 고객 수로 모바일앱 경쟁력을 가늠할 때 지표로 많이 활용된다. 보통 MAU가 1000만 명은 넘어야지만 플랫폼으로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본다.
박 사장은 '영업 전문가'로 평가되지만 디지털 분야에도 밝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은행에서 디지털금융그룹 상무 등을 역임하며 카카오페이와 대출서비스 제휴 등을 이끌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3월 대표에 선임된 박 사장은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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