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CC(저비용 항공사) 업계는 올해 상반기 다양한 대외 변수와 맞닥뜨리며 숨 가쁜 시간을 보내왔다. 안으로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의 파고에 휘말렸고, 밖으로는 환율 때문에 울고 웃었다. 10년 만에 찾아온 '슈퍼엔저'는 코로나19로 억눌려 있던 여행 수요를 폭발시켰지만, 고환율은 달러 결제가 기본인 LCC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악재로 작용했다. LCC 상장사 4곳(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에어부산)의 올 상반기 성과와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제주항공이 올해 상반기 절반의 성공을 거두게 됐다. 사상 첫 1조 매출을 달성하며 외적 성장을 일궈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고유가에 발목이 잡히며 이익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제주항공은 차세대 항공기 도입 등을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로 하반기 수익성을 만회한다는 구상이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1조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8% 증가했다. 제주항공의 상반기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5년 1월 창립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LCC 업계를 통틀어서도 최고 성적에 해당된다. 업계 '빅3'로 통하는 티웨이항공(7487억원)과 진에어(7384억원)도 상반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제주항공에는 미치지 못했다.
제주항공 김이배호(號)가 코로나19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데 그치지 않고 한 단계 퀀텀점프를 실현하며 LCC 전성시대를 주도하고 평가다. 실제 코로나19 발발 직전인 2019년 상반기 7058억원에 달했던 제주항공 매출은 ▲2020년 2652억원 ▲2021년 1169억원 ▲2022년 2073억원으로 침체 국면을 이어갔다. 전대미문의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발발한 2020년 6월 제주항공의 조타기를 잡게 된 김 대표로서는 결코 녹록지 않은 시간을 보낸 셈이다.
◆ 日노선 공략, IT 등 사업다각화 '투트랙'…LCC 1위 굳히기
제주항공이 김 대표 체제 아래서 반등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중·단거리 노선 강화가 꼽힌다. LCC 본연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김 대표의 지론에 맞춰 '잘 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일본 소도시로 취항지를 넓혀 엔저(円低) 특수로 급등한 일본 여행 수요 흡수에 나섰다. 우선적으로 인천~마쓰야마, 인천~시즈오카 등 코로나19로 중단된 하늘 길을 지난해 3월부터 다시 열었다. 이어서 지난해 6월 인천~오이타에 이어 같은 해 7월에는 인천~히로시마 노선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 중 마쓰야마, 시즈오카, 히로시마 노선은 제주항공 만이 보유하고 있는 단독 노선에 해당된다. 이외에도 도쿄, 오사카, 삿포로 등 대도시까지 합해 총 14개의 일본 노선을 갖추고 있다.
일본 노선이 세분화 돼 있는 만큼 수송객수에서도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제주항공을 통해 한·일 양국을 오간 승객은 총 191만3857명으로 일본 노선을 운항하는 22개 항공사 중 최다를 기록했다.
김 대표가 꺼내든 사업다각화 방안도 제주항공이 1등 LCC 지위를 이어가는 데 보탬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9월 제주항공은 IT(정보통신) 솔루션 업체인 에이케이아이에스(AKIS)를 품으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에이케이아이에스는 올해 상반기 328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단숨에 제주항공의 효자 계열사로 급부상했다. 기존 호텔 사업(91억원)은 물론 항공 지상조업(403억원)에 버금가는 실적을 냈다.
제주항공은 퍼시픽제3호전문사모부동산투자유한회사를 통해 보유 중인 '홍대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로 호텔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제이에이에스(JAS)라는 자회사에 여객 수속과 수하물 이동, 항공기 급유 등과 같은 지상조업을 맡기고 있다.
◆ 이익률 전년比 4.6%p↓…B737-8 직접 구매 '원가율 제고'
김 대표는 외형 성장에 비해 부족했던 내실을 챙겨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올 상반기 제주항공의 영업이익률은 7.3%로 전년 동기 대비 4.6%p(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지난 2분기에는 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고환율로 인해 항공기 임차료, 정비비, 유가 등 제반 비용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올 하반기 제주항공의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항공유가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수익성을 끌어올릴 만한 요인이 적잖다는 점에서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항공유가가 하락 추세에 들어서며 비용 증가를 일부 상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행 수요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는 만큼 성수기인 3분기 경쟁 강도는 2분기 대비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중국 노선 탑승률이 제고되면 수익성 측면에서 효과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항공도 차세대 항공기(B737-8) 직접 구매 확대로 원가 경쟁력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주로 리스 방식으로 운용되던 B737-800을 B737-8로 교체해 리스 비용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B737-8은 기존 항공기 대비 1000km 이상 운항할 수 있어 12% 가량 운용비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항공기를 직접 구매하게 되면 임차 항공기 반납에 필요한 원복수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정비충당부채 해소로 부채비율이 감소해 재무건전성이 개선되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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