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진에어가 저비용항공사(LCC) 중에서 탄탄한 재무안전성을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LCC 3곳의 부채비율이 700%대에 진입한 가운데서 나홀로 400%대에서 선방하고 있어서다. 특히 올 상반기 159억원 규모의 EB(교환사채) 상환이 이뤄진 것도 재무 관리에 보탬이 됐다는 분석이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의 올 상반기 부채비율은 438.28%로 전년 대비 35.30%p(포인트)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재무안전성 악화를 우려하게 되는 만큼 진에어의 부채 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내 LCC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는 준수한 축에 속한다는 평가다. 실제 올 상반기 에어부산의 부채비율은 776.41%를 기록했고, 티웨이항공(718.15%)과 제주항공(511.81%)도 진에어를 크게 앞섰다.
국내 LCC 업체들의 부채비율이 '상향평준화'된 것은 회계기준 변경과 연관이 깊다. 지난 2019년 국제회계기준으로 IFRS16이 새롭게 도입되면서 임대(리스)한 항공기에 관한 비용이 부채로 잡히게 된 영향이다.
임대 항공기는 금융리스(Finance lease)와 운용리스(Operating lease)로 나뉜다. 금융리스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유권이 항공사로 넘어오는 할부 구매의 성격을 갖는다. 운용리스는 소유권 이전 없이 임대료만 지급하는 방식이다. IFRS16 이전까지는 금융리스만 부채로 계상됐지만 운용리스까지 부채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FSC(대형항공사)와 달리 재무체력이 약한 탓에 임대 항공기 사용이 일반적인 LCC로서는 부채비율 관리 부담이 커진 셈이다. 실제로 국내 상장 LCC 4곳의 자체 항공기 보유 비중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진에어(29대)를 비롯해 제주항공(42대), 티웨이항공(35대), 에어부산(23대)이 보유하고 있는 129대의 항공기 가운데 5대만이 자체 보유분이다. 이마저도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전량 보유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진에어는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안전성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티웨이항공, 에어부산과 마찬가지로 100% 임대 항공기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경쟁사 대비 부채비율이 낮은 편이다. 지난해 연말 565.9%를 기록한 부채비율은 올해 들어 400%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의 올 2분기 부채비율은 직전 1분기 대비 100%p(포인트) 이상 치솟았다. 같은 기간 35.30%p의 상승률을 보인 진에어의 3배가 넘는 증가폭이다.
진에어가 400%대 부채비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EB 상환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진에어는 기발행한 159억원 규모의 EB를 전액 상환했다. 해당 EB는 지난 2021년 4월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삼아 발행된 물량으로 항공기 리스료, 유류비, 정비비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만큼 저리(低利)에 자금 조달이 가능한 메자닌(제1회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교환사채)을 활용했다.
뿐만 아니라 단기채무 상환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도 나홀로 안정선인 100%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2분기 진에어의 유동비율은 115.11%를 기록했고 이어서 티웨이항공 96.11%, 에어부산 73.20%, 제주항공 50.77%의 순을 보였다.
진에어 관계자는 "사모 교환사채가 전액 상환되면서 1분기까지 부채에 포함돼 있던 149억원 규모의 유동성교환사채가 전액 소멸됐다"며 "앞으로도 차입금 관리에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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