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국산 가성비 의류브랜드 탑텐(TOPTEN)이 증시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탑텐, 올젠, 지오지아 등 브랜드를 소유한 신성통상이 49년 만에 상장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신성통상은 특수관계자를 제외한 지분 22.02%를 이달 22일까지 주당 2300원에 공개매수한 뒤 자진 상장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개미투자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들은 "배당 독식으로 대주주 배만 불리려고 한다",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했더니 상장 폐지로 뒤통수를 친다"는 등의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성통상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공개매수라는 '딜'을 날렸지만 소액주주들은 신성통상이 '극딜'을 놨다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모습이다. 극딜은 게임상에서 유래한 용어로 극한의 데미지를 입히는 행위를 일컫는다.
'채권은 이자를 받고, 주식은 배당을 받는다.' 이는 자본시장의 기본원칙이다. 물론 상장 폐지 자체는 자본시장법상 가능한 법적 절차이자 회사 내부의 고유 권한이다. 돈이 넉넉하고 대규모 신사업을 추진할 생각이 없다면 상장을 유지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신성통상이 그간 '주식회사=배당'이라는 자본시장 대원칙을 잘 지켰는지는 매우 의문이다. 코스피 상장사인 신성통상은 지난 20년간 단 두 차례 배당에 그쳤기 때문이다. 2011년과 2012년 단 두 차례에 걸쳐 합계 5억원을 배당한 게 전부다.
물론 무배당 자체도 회사 내부 사정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다. 하지만 소액주주가 있는 신성통상은 거의 20년간 무배당을 유지하면서도 오너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들은 폭탄 배당했다는 점이 비판의 주요 포인트다. 2세가 최대주주인 가나안과 아버지가 최대주주인 에이션패션은 2021년 무렵부터 고배당(배당성향 최대 50%)을 한 반면, 지난해 10년 만에 실시한 신성통상 배당성향은 단 8.6%에 불과했다.
올해 초 정부의 '밸류업' 추진 국면에서 신성통상은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꼽혔다. 보유한 순자산(자본) 대비 주가가 낮아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야 하는 종목으로 평가 받았다. 이는 곳간이 튼튼한 데 비해 주가가 낮다는 의미에다 투자가치가 있는 '매수' 종목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신성통상은 갑작스럽게 상장 폐지로 응답했다. 시장의 예상을 뒤집는 초유의 조치에 개미투자자들의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탑텐은 2019년 일본 수출규제로 반일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 토종기업으로써 반사이익을 입은 브랜드이기도 했다.
모든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는 게 원칙이다. 신성통상에 투자한 소액주주들도 일정 부분 손해를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했는데 대주주의 사적 이유로 손해를 보게 되면 분노가 일 수 밖에 없다. 이번 상장 폐지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지만, 상폐→합병→2세 지배력 극대화 및 절세 효과라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이유 또한 결국 대주주의 사적 범주에 해당한다.
염태순 회장은 그간 주주환원 소홀로 이번 공개매수 과정에서 손해를 보는 소액주주의 입장을 살펴야 한다. 이를 고려해 공개매수가를 현재가 보다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신성통상은 직전 1~3개월간 가중산술평균주가의 최대 21.12% 할증한 주당 2300원을 공개매수가로 책정했다.
나름의 기준을 제시했지만 최근 주가가 턱없이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공개매수가 역시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신성통상 BPS(주당순자산가치)의 경우 3136원에 달한다. 공개매수가가 주당순자산가치보다 상당히 낮게 책정한 셈이다. 신성통상이 최근 주가 저조 국면을 틈타 상폐 타이밍을 잡았다는 의문도 든다.
현재 진행 중인 공개매수가 1차에서 끝이 날지 2차 이상 갈 지 현재로선 확신할 수 없다. 통상 2~3차 공개매수가 이어지는 사례를 생각하면 추후 2차 공개매수 시 전격적인 가격 상향이 이뤄졌으면 한다. 이는 신성통상이 이번 사태로 추락한 탑텐 이미지를 회복하고 아름답게 이별하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번 탑텐의 극딜이 '극적인 딜'로 마무리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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