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삼표산업이 계열사 레미콘 사업을 총괄하기로 결정한 것이 오너 3세인 정대현 삼표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표산업으로 레미콘 사업 경영권을 위임한 에스피레미콘과 청암 2개사가 모두 정 부회장 개인회사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영 위임으로 에스피레미콘과 청암은 운영 효율성 강화에 따른 매출 성장을 일굴 전망이다. 하지만 삼표산업이 단순하게 경영만 대신하는 것인 만큼, 실적 증대에 따른 과실(果實)은 정 부회장이 누릴 것으로 보인다.
◆ '오너3세' 개인회사 '에스피레미콘·청암', 삼표산업에 경영 위임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스피레미콘은 이달 31일부터 삼표산업에 레미콘 건축자재 제조 및 판매업, 레미콘 도소매업 등을 포함한 제반 사업에 대한 경영활동을 위임한다. 에스피레미콘은 지난달 2일 에스피네이처의 레미콘 사업부를 단순 물적분할로 신설된 회사다. 에스피네이처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인 이 회사는 경기 남양주와 광주 등에 레미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는 에스피레미콘의 출범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에스피네이처가 2018년 정 부회장이 지분 76.2%를 들고 있던 남동레미콘을 흡수합병한 지 약 6년 만에 다시 떼 낸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에스피레미콘의 매출 기여도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외부 매각으로 정 회장 승계 자금을 마련하려 한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번 경영 위임으로 궁금증이 해소된 분위기다.
에스피네이처 100% 자회사인 청암 역시 지난 3월부터 레미콘 사업 일체를 삼표산업으로 위임했다. 2012년 설립된 청암은 레미콘과 아스콘의 제조 및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 중이다.
청암은 2022년만 해도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처가 기업인 청암리미티드(51%)가 최대주주였다. 청암리미티드는 고(故) 이재환 전 일산레저 회장의 세 자녀들의 개인회사로, 이 전 회장은 정 회장 부인인 이미숙씨와 남매 지간이다. 하지만 2대주주였던 에스피네이처가 지난해 3월 95억원을 들여 청암리미티드 보유 주식을 전량 매입하면서 단일주주가 됐다.
◆ 레미콘 공장 통합 관리, 경쟁력 강화 목적…정 부회장, 수혜 '톡톡'
에스피레미콘과 청암이 삼표산업으로 경영 위임을 한 표면적인 이유로는 삼표산업 계열 레미콘 공장의 통합 관리를 꼽을 수 있다. 기존에는 각 계열사가 레미콘 공장을 개별 운영해 왔으나, 삼표산업이 체계적으로 관리할 경우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일 뿐 아니라 레미콘 사업의 일관성을 가질 수 있어서다. 또 제조공정 효율화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만큼 매출과 수익성 향상이 기대된다.
이동식 청암 대표이사가 에스피레미콘 초대 대표까지 겸직한 배경도 경영 위임과 무관치 않다. 삼표산업이 두 회사의 레미콘 공장을 한층 수월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과정을 단축시키고 업무의 융통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삼표산업이 에스피레미콘과 청암의 외형을 성장시키더라도 수혜를 보는 쪽은 오너인 정 부회장이라는 점이다. 레미콘 공장의 법적 소유주는 정 회장 개인회사인 터라 삼표산업이 가져갈 수 있는 금전적 이익은 용역비와 수수료, 초과 이윤에 대한 일종의 인센티브 등으로 제한돼서다.
에스피레미콘과 청암이 호실적에 기반해 현금여력을 높이고, 순이익을 쌓는다면 고액 배당을 실시할 수 있다. 특히 정 부회장이 개인회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현금곳간을 쌓아왔다는 점은 설득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예컨대 에스피레미콘의 모기업인 에스피네이처의 경우 매년 배당을 실시 중인데, 지난해 실적에 대한 결산 배당으로 보통주 1주 당 6000원을 지급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약 83억원 가량을 받았다.
나아가 에스피레미콘과 청암의 기업 규모가 커지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에스피네이처의 기업가치도 덩달아 커진다. 삼표그룹은 삼표산업과 에스피네이처가 이중 지주사 체제를 구축 중이다. 정 부회장이 경영권을 온전히 승계 받으려면 에스피네이처를 삼표그룹 최상단에 올리는 작업이 불가피한데, 에스피네이처의 기업가치가 높을수록 정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 삼표시멘트 자회사 삼표레미콘은 제외…이득 크지 않은 탓?
더군다나 에스피레미콘과 청암의 경영 위임이 레미콘 공장 통합 관리를 목적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삼표레미콘은 경영 위임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은 다소 의아한 대목이다. 삼표시멘트가 100% 출자한 삼표레미콘은 사업적 수직통합을 통해 전략적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한편, 협상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출범했다. 2021년 삼표산업과 에스피네이처의 레미콘부분 사업양수도 방식으로 대전과 당진, 아산 등에 있는 공장을 인수했고 현재 운영 중이다.
이를 두고 삼표레미콘의 경우 삼표시멘트 완전 자회사인 만큼 경영 위임에 따른 정 부회장이 얻을 수 있는 실이득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추측이다. 정 부회장은 올 1분기 말 기준 삼표시멘트 주식 1.31%를 보유 중일 뿐더러 에스피네이처 지분율도 5% 미만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삼표그룹 측은 레미콘 사업 경영 위임에 따른 수익 귀속과 삼표레미콘의 추후 사업부 통합 등에 대해 질의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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