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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코인, 어떻게 볼 것인가?
박태우 비스타랩스 이사
2024.04.16 12:08:12
2021년 도지코인이 시작점, 순수 유희에 가까운 존재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2일 09시 2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태우 비스타랩스 이사] 최근 밈(meme) 기반의 가상자산, 일명 밈코인이 시장을 주요 토픽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2021년 도지코인에서 시작된 밈코인 열풍은 개구리, 개, 고양이, 오리, 용 등 온갖 동물들이 등장시키며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밈코인은 말 그대로 밈이다. 귀엽고 재미있다는 것 외에 아무 가치를 내세우지 않는다. 그럼에도, 도지코인의 시가총액은 30조원을 상회하고 다른 '개 코인'인 시바이누의 시가총액 역시 20조원을 훌쩍 넘어간다. 최근 제2의 도지코인, 시바이누가 되어주길 바라며 하루에도 수 없이 많은 밈코인이 양산되면서 거대한 투기판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밈코인을 두고 가상자산 업계 내부에서 조차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이들은 웹3.0 및 블록체인의 본질적 가치와는 거리가 멀며, 오히려 가상자산 시장이 나아가는데 필요한 철학적 기반과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가상자산의 내재가치 논쟁은 제도권 및 기성 관념에 맞서 지난 수 년간 지속되어온 투쟁의 핵심이기도 하다. 블록체인 업계는 코인이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각종 학술 논문을 비롯 지정학, 사회, 경제, 화폐이론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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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밈코인 광풍은 가상자산을 둘러싼 비판을 대놓고 무시 및 조롱할 뿐만 아니라, 어려운 화폐이론을 들먹이며 방어논리를 펼치던 옹호주의자들까지 허탈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밈코인은 아무 가치가 없다는 것을 숨길 생각도, 있다고 속일 생각도 없다. 그렇기에 사기도 아니며 순수 유희에 가까운 존재일 뿐이다. 굳이 따지자면 나쁜 것은 다 알면서 여기에 놀아나는 시장과 사람이다.


무엇보다, 어떠한 규범이나 검열이 존재하지 않는 탈중앙화된 세계에서는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 누구나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고,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이 이 곳의 생리이다. 탈중앙화된 웹3.0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마치 날씨와 같은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속 편하다. 운동회 날 내리는 비가 야속할 수는 있지만 이를 비난하는 것이 아무 소용 없는 것과 같다. 다만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는지 생각해볼 수는 있다.


사실 밈코인 열풍이 처음 시작된 것은 가상자산 시장이 아닐 수 있다. 첫번째 유의미한 밈코인이라 볼수 있는 도지코인은 최초 발행은 2013년에 이뤄졌지만 2021년에야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의 언급으로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코로나 유동성이 정점에 달하며 가상자산 뿐만 아니라 글로벌 증시도 연일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 미국 주식시장에서 화제가 떠오른 것이 게임스탑 주가 폭등이다. 2021년 1월, 레딧을 중심으로 한 개인 투자자들이 대형 헤지펀드의 공매도 포지션에 대항해 게임스탑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며 주가를 폭등시킨 사건이다. 게임스탑은 코로나 여파속 디지털 게임이 각광을 받는 가운데 오프라인 게임 유통이라는 업태 특성상 헤지펀드에게 좋은 공매도 타겟이 되었다. 그런데, 게임스탑에 좋은 추억을 갖고 있던 매니아층이 순전히 팬심으로 주가를 방어하며 공매도를 감행한 헤지펀드에 엄청난 손실을 입혔다.


게임스탑 사건 이후에도 AMC Theatres 같은 영화관 기업 주식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며, 투자기관 주도의 시장 가격 형성에 대한 회의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발생했다. 같은 시기 아무 내재가치 없는 그저 귀여운 도지코인이 주목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또한, 밈코인 유행이 현재 더욱 가열찬 배경에는 '넥스트' 투자 네러티브의 부재가 일조하고 있을 수 있다. 올 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효과로 막대한 투자 에너지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받아줄 주류 서비스나 제품의 등장은 한없이 지연되고 있다. 과거 상용화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었던 인터넷의 경우와 달리, 블록체인은 '캐즘(Chasm)의 덫'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이 상황에서 밈코인이 그 에너지의 분출구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솔라나 생태계가 밈코인 광풍에 판을 깔아주고 있다. 밈코인은 그 성격상 바이낸스 같은 CEX(중앙화 거래소)가 아닌 자유롭게 코인을 올릴 수 있는 DEX(탈중앙화 거래소)에 주로 상장된다. 이더리움 기반의 DEX의 경우 이용 수수료가 비싸고 느려 변동성 큰 자산을 거래하는데 적합하지 않다. 반면, 솔라나는 저렴한 수수료로 훨씬 빠른 처리 환경을 제공하며 수많은 밈코인들이 솔라나 생태계에서 발행되고 있다. 달리 보면, 솔라나가 가상자산 시장 내 최고의 카지노 칩이 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최근 솔라나의 가격 상승을 설명하는데 있어 이 점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밈코인 열풍이 그저 방종이자 부정적인 영향만 초래한다 예단할 수는 없다. 물론, 직관적으로 기술 생태계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자본주의에서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이 모여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듯 그 순기능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우선 블록체인 기술 상용화가 지연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과 에너지를 블록체인에 묶어두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누군가 일을 못해도 재미있으면 봐줄만한 것이 인지상정이다. 밈코인 광대놀음으로 모인 자금들이 결국 스타트업에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가상자산 비판론자에 더 없이 좋은 먹잇감일 수 있지만, 이렇게라도 활기를 이어갈 수 있다면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부테린 비탈릭 역시 최근 연설에서 밈코인의 순기능에 대하여 언급했다. 밈코인은 탈중앙화된 커뮤니티 중심으로 운영되며, 대형자본 위주로 재편되어가는 웹3.0 분위기를 환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왕 발생하는 에너지를 기부와 같은 공익적 방향으로 얼마든지 쓰일 수 있다고 했다.


사실 필자 역시 밈코인에 고운 시선을 가진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탈중앙화된 웹3.0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판단하기 보다는 상술하였듯이 발생 배경을 분석해보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예측해볼 수 있다. 그리고 비탈릭의 말처럼 기왕 이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하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 아닐까 한다.


● 박태우 비스타랩스 이사


박태우 이사는 2011년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학사 학위를, 2015년 Columbia University에서 통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증권의 채권 애널리스트 및 한화자산운용의 Credit Strategist로 재직하며 10년 넘는 기간 채권 전문가로 활동했다. 또한,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계열사 두나무투자일임에서 맵플러스를 주도했다. 또한 가상자산 생태계에 투자하는 크립토VC인 VistaLabs(비스타랩스)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재직했다. 


※ 외부 필자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태우 비스타랩스 이사 taewoopark8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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