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수 WeX 대표]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디지털 투자 시장은 두 차례 큰 도전과 좌절을 겪었습니다. 시장의 자율에 맡겨졌던 P2P (Peer to Peer) 금융 (온라인투자연계금융)은 결국 신뢰가 무너졌고, 정부 주도로 추진된 STO (Security Token Offering)는 법 개정 지연과 경직된 절차에 가로막혔습니다.
이 경험은 시장만으로도, 정부만으로도 금융 혁신을 온전히 이끌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마치 헤겔의 변증법처럼, 우리는 '정(正)'과 '반(反)'의 충돌을 지나 이제 새로운 해법, 즉 '합(合)'을 찾아가는 과정에 서 있습니다.
'정(正)'의 단계였던 P2P 금융은 빠른 성장 속도를 통제하지 못한 끝에 결국 '시장 실패'로 귀결되었습니다. 정부는 뒤늦게 대응했지만, 전 세계 최초로 온라인 공모 금융 투자 라이선스를 제도화한 온투업법을 제정하여 투자자 보호, 전산 시스템, 거래소 연계 등 촘촘하면서도 확장성을 고려한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법제화 과정의 지연과 라이선스 심사·부여 지연, 그리고 기존 기업들의 연이은 실패로 인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고객들로부터 외면받고 말았습니다.
실패의 핵심은 '비전문성'과 '비도덕성'으로, 일부 기업은 심사 역량 부족으로 부실 자산에 노출되었고, 다른 기업은 자금 유용·이해상충 등 위법 행위로 신뢰를 붕괴시켰습니다. 이 경험은 투자자가 기업의 전문성과 내부통제를 먼저 확인하도록 바꾸었고, 기업들도 고객신원확인(Know Your Customer, KYC)·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 AML), 권한 분리, 감사 추적 같은 기본 통제 장치를 표준화했습니다.
또한 블록체인 분산원장이 거래·소유권·담보·정산을 통합 관리해 비용 절감과 감사 효율을 높였습니다. 그러나 중개 수수료만 챙기고 위험은 투자자에 전가한 구조적 한계, 기업들의 잇따른 폐업으로 시장은 사실상 붕괴했고, 현재는 45개 등록 업체만 남아 일부 기관투자자의 보조 도구로만 활용되는 '아쉬운 실험'으로 남았습니다.
이에 대한 '반(反)'으로 등장한 STO는 P2P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정부가 내놓은 해법이었지만, 자본시장법 개정 지연으로 기업 성장이 둔화되고 투자자 관심도 줄었습니다. 안정성을 우선한 정부 주도 접근은 역동성을 살리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STO의 교훈은 단순한 규제 과잉이 아니라, 입법 시기와 내용조차 알 수 없는 불확실성에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전략으로 미국·싱가포르처럼 해외에서 먼저 라이선스를 취득해 사업을 시작하고, 국내 입법은 '듀얼 트랙'으로 기다리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이렇게 하면 기업은 해외에서 수요를 확인하며 서비스를 다듬고, 고객은 안정적인 규제 환경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이후 국내 제도 마련 시 검증된 운영 표준을 그대로 이전할 수 있습니다.
P2P와 STO의 실패는 단순한 시행착오가 아니라 '시장만으로도, 정부만으로도 혁신은 완성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시장실패와 정부실패의 교훈이 균형을 이루며, 기업은 전문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정부는 제도적 신뢰와 안전망을 제공하는 역할을 명확히 하게 되었습니다.
'정(正)'과 '반(反)'의 충돌을 넘어 균형을 찾은 '합(合)'의 단계에 들어서며 K-디지털 금융은 폭발적인 성장을 맞이할 기반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특히 실물자산 토큰화(RWA)는 이러한 균형 위에서 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정교하게 결합시키며, 한국이 단순한 추격자가 아닌 세계 금융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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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WeX 대표 felix.lee@wexcorpora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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