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차장] 카드사와 가맹점간 수수료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지키려는 자와 내리려는 자 사이의 견해 차이는, 나란히 뻗은 철길 마냥 영원히 좁혀지지 않을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카드사와 주유소 업계의 수수료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수십 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양측의 공방이 여전히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달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주유소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토론회'에서도 기 싸움은 계속됐다. 이날 양측은 각자의 논리로 핏대를 세웠다.
기름값에는 국세인 유류세가 포함돼 있다. 이번 달 기준 휘발유 유류세는 리터당 615.3원, 경유는 369.1원이다. 유류세를 포함한 전체 기름값에 카드수수료를 매기는 것이 지난한 공방의 핵심이다. 현재 주유소업종 카드수수료는 1.5%다. 현행 1.5% 수수료율은 1983년부터 적용되고 있다. 주유소업계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유류세분이 포함된 카드수수료까지 자신들이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주유소업계는 이미 높은 세금비중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알뜰주유소와의 경쟁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카드 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주유소는 해마다 200여 개씩 줄어드는 추세다. 2016년 1만2010개였던 전국의 주유소는 지난 2021년 1만1186개로 줄었다.
물론 카드사도 나름의 입장이 있다. 민간기업인 카드사는 원칙(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카드수수료를 책정하고 있을 뿐이다. 만약 주유소업종에 대해 유류세분 카드수수료 인하를 결정하면 다른 과세대상 물품, 관세 및 부가세가 부과되는 모든 재화를 취급하는 업종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동일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할 게 뻔하다. 하나의 업종에만 혜택을 주어졌을 때 다른 곳에서 이를 문제 삼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금융당국 역시 주유소업종의 카드수수료 인하는 다른 업종간의 형평성 문제, 풍선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경우도 사정이 그리 좋지 않다. 정부 정책에 따라 우대 수수료율 가맹점을 계속해서 늘리면서 수익성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맹점(314만곳) 중 약 96%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여기에 올해 카드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와 유례없이 치솟은 연체율에 이자‧대손비용 부담이 악화되며 역대 최악의 실적 부진을 기록 중이다.
이처럼 양측은 저마다의 입장을 양보하기 어렵다. 정부가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민 절대 다수가 신용카드 결제를 이용하는 현실 속에서 어려움에 처한 주유소 업계와 카드사 간의 갈등은 성장과 공정 가치를 균형감 있게 조정해야 하는 민생현안으로 볼 수 있다. 매년 반복되는 주유소 카드수수료 공방으로 카드사와 주유소업계 간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카드 결제 거부'나 '카드 혜택 감소'와 같은 소비자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더 이상의 소모적인 다툼은 그치고 정부가 공정하고 유능한 중재자로 나서 해답을 제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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