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우리은행이 중소·중견기업 승계 시장을 새로운 기업금융 영역으로 육성한다. 친족 간 가업승계를 넘어 인수합병(M&A), 경영진 인수(MBO), 임직원 승계까지 포괄하는 '생산적 기업승계' 모델을 앞세워 향후 5년간 3조원 이상의 금융지원을 추진한다. 후계자 부재로 인한 폐업과 고용 불안을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기업금융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생산적 기업승계' 기자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의 승계 문제가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산업 전반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향후 5년간 3조원 이상을 인수금융, 승계자금 대출, 보증·컨설팅 연계 금융 등을 포함한 기업승계 전용 금융 공급 규모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은행권 입장에서는 기업승계 과정이 단순 지원을 넘어 인수금융, 자문, 기업가치 평가 등 새로운 기업금융 수익 기반이 될 수 있다"며 "기업승계는 단순한 경영권 이전이 아니라 고용 유지와 기술력 보존, 공급망 안정성과 직결되는 경제 과제"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제시한 '생산적 기업승계'는 기존 친족 중심 가업승계와 달리 기업 상황에 따라 ▲제3자 M&A ▲경영진에 의한 MBO ▲핵심 임직원 승계 등 다양한 구조를 금융적으로 지원하는 모델이다. 가업승계가 '가족 내 승계'에 머물렀다면, 생산적 기업승계는 시장 기반의 인수·합병과 인력 중심 승계까지 확장한 개념이다.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승계 구조 설계, 인수금융, 세무·법률 자문, 기업가치 평가 등을 포함한 '원스톱 지원 체계'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지난 2월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신설하고 중소·중견기업 대상 승계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기술보증기금과 '기업승계 및 기술혁신 촉진을 위한 M&A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3억원의 특별출연을 통해 438억원 규모의 보증 지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특별출연금을 기반으로 보증 배수를 활용해 금융공급을 확대하는 구조다.
우리은행은 기업승계지원센터를 통해 거래 기업 가운데 고용 안정성과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연간 500개, 향후 5년간 2500개 이상의 기업에 승계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생산적 기업승계 모델이 확대될 경우 향후 5년간 연간 100개 기업 승계 성공을 기준으로 총 500개 기업에서 ▲고용 1만명 유지 ▲매출 10조7000억원 보전 ▲생산유발효과 4699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934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일본의 사례도 소개됐다. 일본은 후계자 부재율이 2020년 65.1%에서 2025년 50.1%로 6년 연속 하락하며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전국 약 12만 개 기업이 사업 후계자를 찾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발제를 맡은 임재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은 "국내 역시 베이비붐 세대 창업주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후계자 부재와 승계 지연 문제가 중소기업의 폐업, 고용 불안, 공급망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일본의 금융회사들이 후계자 부족이라는 사회적 난제를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해낸 것처럼, 우리은행도 국내 기업승계 시장에서 사회적 이슈 해결에 앞장서는 '책임감 있는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삼일회계법인은 기업승계 과정에서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세무 리스크와 제3자 M&A 시장 동향을 중심으로 대응 전략을 공유했다.
향후 우리은행은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 ▲삼일회계법인 ▲기술보증기금 등과 협업해 기업별 상황에 맞는 승계 구조와 자금 조달 방안, 사후 경영 안정화 전략까지 아우르는 통합 지원 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윤성후 기업승계지원센터 부장은 "이번 간담회는 기업승계를 경영권 이전 차원을 넘어 고용 안정과 기술력 보존, 공급망 유지로 이어지는 생산적 금융 과제로 바라보는 자리였다"며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승계 준비 단계부터 실행, 사후 경영 안정화 등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 중소·중견기업이 백년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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