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우리은행이 '포스트 차이나'로 꼽히는 인도 현지 데이터센터 이전 및 고도화 사업에 착수했다. 첸나이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를 인도의 금융·상업 수도로 불리는 뭄바이로 이전하는 내용이다. 표면적으로는 인도중앙은행(RBI)의 전산 개선 요구에 대응하는 조치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현지 법인 전환과 공격적인 리테일 금융 확대를 염두에 둔 선제적 인프라 투자라는 해석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인도지역본부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 사업자 입찰 공고를 냈다. 이번 사업은 인도 첸나이에 위치한 주 데이터센터를 뭄바이로 이전하고, 기존 첸나이 데이터센터를 재해복구센터로 재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업 기간은 착수일로부터 8개월이며 총사업 규모는 약 169억원이다.
이번 사업에는 전산 인프라 전반의 고도화 작업이 포함된다. 뭄바이로 이전되는 주 데이터센터에는 노후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전면 재구축, 계정계 시스템 연계를 통한 서비스 안정화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실시간 위협 탐지와 분석, 대응을 위한 보안운영센터 구축도 포함된다. 데이터 기반 분석 솔루션을 도입해 규제 대응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는 작업도 추진된다.
핵심은 현재 분산된 IT 인프라를 뭄바이로 일원화하는 데 있다. 우리은행은 현재 인도에서 첸나이, 뭄바이, 구르가온, 푸네, 아메다바드 등 5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도본부는 뭄바이에 위치해 있다. 주 데이터센터가 뭄바이로 이전되면 현지 본부와 전산 시스템이 같은 지역에 놓이게 된다. 전산 운영 지원과 함께 감독당국 대응, 리스크 관리, 영업 지원 체계가 한층 긴밀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은행 측은 이번 데이터센터 이전이 현지 금융 당국의 요구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RBI의 전산 개선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조치"라며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인도에서 향후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항온·항습 환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규제 대응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나온다. 현지 지점 5개 운영 체제에서 169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이전 사업은 적지 않은 투자라는 이유에서다. 인도에 진출한 4대 시중은행 중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곳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2곳에 그친다.
향후 법인 전환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 전산 인프라 투자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인도는 국내 은행권이 주목하는 대표적인 성장 시장이다. 다만 데이터 현지화 규제, 전산 안정성 요건 등 현지 당국의 인가 절차가 까다로워 외국계 금융사의 진입 장벽이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국내 은행들이 모두 지점 형태에 머무는 것도 이러한 규제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지 법인은 지점 보다 높은 수준의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전산 안정성을 요구받는다. 특히 RBI는 데이터 관리와 전산 인프라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은행의 이번 사업이 법인 전환 논의의 기초 체력을 쌓는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이 해외로 나간다고 해서 데이터센터까지 반드시 갖춰야 할 필요는 없다"며 "인도 금융당국이 데이터의 국외 이전 문제에 예민한 만큼 이번 투자는 향후 법인 전환이나 현지 리테일 금융 확장을 위한 인프라 기반을 다지는 초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지점 운영 규모를 고려할 때 169억원 투자는 작은 규모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투자에는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글로벌 확장 의지도 적지 않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행장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국빈방문 일정에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합류해 시장 동향을 직접 점검했다. 5대 시중은행장 중 인도 일정에 동행한 것은 정 행장이 유일했다. 행장의 시장 점검 시기와 맞물려 IT 인프라 투자가 구체화됐다는 점에서 우리은행이 인도를 중장기 핵심 거점으로 보고 투자 보폭을 넓혀갈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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