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로봇과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현대차 주가를 끌어 올리고 있지만 정작 본사의 현금창출력은 경고등이 켜졌다.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시장의 호응과 달리 본사는 관세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비용 부담, 외상 매출금 증가, 미지급 비용 정산 압박이 겹치며 수익성 둔화 속 현금 유출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28일 종가 기준 67만7000원으로 연초(1월2일·29만8500원) 대비 126.8% 상승했다. 기아도 36.2% 상승한 16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양사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서 로봇과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보여 시장의 기대를 끌어올렸고 이는 곧 주가 상승세로 이어졌다.
◆ 현대차 주가는 질주…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
주식 시장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현대차의 영업현금흐름은 온도차를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별도 영업현금흐름은 -904억원으로 전년 동기 6961억원 대비 음수로 돌아섰다. 별도 기준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영향이 남아 있던 2023년 1분기 이후 3년 만이다.
같은 기간 연결 기준 현금흐름의 경우 해외 생산·판매 법인의 실적 개선과 매출채권 회수 확대 등이 반영되며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하며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유지했지만, 국내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는 본사의 실제 현금 사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번 별도 영업현금흐름 음수 전환은 현금창출력 약화 신호로 해석된다.
현금흐름 둔화의 원인은 미국 관세,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별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51%, 67.8% 감소한 18조5526억원, 605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감소세에 비해 이익이 급감한 것은 관세 외에도 고정비 등 매출원가 부담이 비대해진 결과다. 실제 최근 3년간 현대차의 1분기 별도 기준 판관비율은 2024년 14.1%, 2025년 14.2%, 2026년 15%로 우상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현금흐름의 시작점인 당기순이익도 31.5% 감소한 1조7641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판매보증충당부채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판매보증충당부채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품질 관련 보증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미리 비용으로 잡아두는 항목이다. 당장 현금이 빠져나가지 않더라도 회계상 순이익은 감소하게 된다. 현대차는 1분기 관련 비용으로 6447억원을 반영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21.9% 증가한 규모다.
운전자본 부담 확대도 현금흐름 악화를 키웠다. 매출채권 증가로 인한 현금 유출은 70% 늘어난 7394억원으로 집계됐다. 차는 팔았지만 아직 돈은 받지 못한 금액이 크게 증가했다는 의미다. 반대로 협력사 등에 지급해야 했던 비용 지출은 확대됐다. 외상으로 미뤘던 비용 지급 규모는 1조5905억원으로 14% 증가했다.
기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아의 별도 영업현금흐름은 전년 대비 87.9% 급감한 3821억원에 그치며 본사 차원의 현금 유입 능력이 급격히 둔화했다. 무엇보다 별도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에 따른 흐름이 지난해 1분기 8758억원 유입에서 올해 1분기 1조9594억원 유출로 전환됐다. 그만큼 실제 대규모 현금 지출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가장 큰 부담은 미지급 비용 정산이었다. 지난해 1분기 3901억원이었던 미지급금 정산 규모는 올해 1분기 1조7826억원으로 무려 4.5배가량 급증하며 현금을 빠르게 소진시켰다. 여기에 매출채권 증가로 인한 현금 유출도 3025억원에서 7169억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됐다. 재고자산 감소로 2033억원이 유입됐으나 미지급금과 매출채권발 유출 압박을 상쇄하기엔 부족했다. 이 같은 영업현금흐름 둔화와 대규모 자금 유출 여파로 1분기 말 별도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현대차가 2조9610억원, 기아가 3조2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 대비 각각 53.7%, 2.3% 줄어들며 실질적인 본사 체력 저하를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기대와 실적 사이의 간극이 커지는 모습"이라며 "현대차와 기아가 모빌리티 분야를 넘어 로보틱스,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투자 재원을 뒷 받침할 본사의 현금창출력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해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방침이다. 나아가 사업 계획, 각종 비용 집행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가와 지출 관리, 미래 사업 투자 사이의 적정선을 조율하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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