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재민 기자] 국내 방산 부품 전문기업인 엠앤씨솔루션(옛 두산모트롤) 인수를 추진하는 한국투자파트너스 사모펀드(PE)본부가 실사 막바지 단계에서 고심하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FI)로서 단독 투자에 나설지 혹은 전략적 투자자(SI)와 손을 잡을지를 두고 장고를 거듭하는 모양새다. 방위사업청 승인을 받으려면 SI를 우군으로 확보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의견과 독점 사업자 특성상 FI 단독 인수가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등에서 되레 안전하다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투파PE는 엠앤씨솔루션 인수를 위한 최종 실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투파PE는 인수금융과 기존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하고 부족한 자금은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해 조달할 방침이다. 인수금융 주선기관으로는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우리은행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웰투시인베스트먼트와 소시어스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이 보유한 엠앤씨솔루션 지분 73.78% 전량이다.
한투파PE가 방산 기업을 SI로 유치하려 했던 배경에는 방위사업청 승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엠앤씨솔루션은 주요 무기체계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방위사업체다. 방위사업법 제35조에 따라 경영권이 변동될 때 방사청장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승인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정부는 승인 심사에서 인수자의 적격성과 경영권 변동이 방산물자 조달에 미치는 영향 등 안보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이 때문에 규제 당국의 까다로운 기준을 넘으려면 검증된 방산 기업을 SI로 참여시켜 안정성을 입증하는 편이 수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특정 방산 체계업체가 SI로 참여할 경우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거대한 걸림돌로 부상한다. 부품사와 최종 무기 조립사 간의 결합은 공정거래법상 수직형 기업결합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이러한 결합이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거나 특정 업체에 부당한 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지 엄격하게 심사한다. 특히 엠앤씨솔루션은 국내 방산 부품 공급망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 경쟁 제한성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실제 엠앤씨솔루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와 현대로템의 K2 전차 그리고 LIG넥스원의 천궁-Ⅱ 등 국내 대표 무기체계에 핵심 부품을 공급한다. 주요 고객사가 국내 대형 체계업체 전반에 걸쳐 있다. 전차와 자주포의 핵심인 유압장치 구동장치 현수장치와 서보밸브 분야에서는 사실상 국내 유일의 공급자로 꼽힌다. 만약 특정 체계업체가 엠앤씨솔루션을 인수하면 경쟁사들은 부품 공급 조건에서 차별을 받거나 단가 협상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정거래법 제9조와 제14조에 따라 경쟁 제한성이 인정되면 공정위는 주식 처분이나 영업 제한 등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정보 유출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엠앤씨솔루션은 방산물자 개발 초기 단계부터 체계업체들과 긴밀하게 협력한다. 이 과정에서 경쟁사들의 신무기 개발 정보와 부품 규격 그리고 납품 단가와 양산 일정 등 핵심 영업비밀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특정 체계업체가 엠앤씨솔루션을 경영하면 경쟁사들의 기술 개발 동향과 수주 전략이 고스란히 노출될 위험이 크다. 이는 방산 시장 전반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과거 선례도 한투파PE의 발목을 잡는다. 공정위는 2023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할 당시 수직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 우려를 이유로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함정 부품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한화가 대우조선의 경쟁사들에 차별적인 정보를 제공하거나 견적을 지연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공정위는 차별 금지와 정보 차단벽 설치 등 3대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여전히 경쟁 제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이 시정조치를 3년 더 연장했다. 방산 분야의 수직결합에 대한 규제 당국의 시선이 얼마나 완고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FI 단독 인수가 현실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시장에 명확한 선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 대주주인 웰투시인베스트먼트와 소시어스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은 2020년 두산그룹으로부터 두산모트롤을 인수할 때 FI 단독으로 방사청과 산업부의 승인을 받아냈다. 사모펀드가 방산 업체의 대주주가 되는 첫 번째 사례를 남기며 규제 장벽을 한 차례 허물어뜨린 셈이다. 한투파PE 역시 과거 선례를 원용한다면 정부 승인을 통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금 조달 여건도 FI 단독 인선에 힘을 실어준다. 기관투자자(LP)들 사이에서 방산 섹터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펀딩 시장의 분위기는 우호적이다. 유동성이 풍부한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 등이 대규모 자금 집행을 예고하고 있어 프로젝트 펀드 조성에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자금력 면에서 굳이 SI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단독으로 딜을 완주할 수 있는 체력을 충분히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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