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정부의 HMM 본사 부산 이전 추진이 속도를 내면서 선제적으로 서울 본사를 부산으로 옮긴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의 행보가 재조명받고 있다. 정부가 부산을 해양수도로 육성하겠다는 방침 아래 해양 관련 기관과 해운사의 이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업계에서 드물게 정책 기조에 발맞춰 움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최근 단순 주소지 변경이 아닌 실질적인 본사 이전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전에 나선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먼저 움직인 기업은 정책 불확실성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후발 주자들은 이전 부담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해운사 가운데 본사 주소지를 부산으로 옮긴 곳은 현재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두 곳이다. 두 회사는 지자체와 협의하며 조직 재배치와 인력 이전 등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이며, 올해 상반기 내 이전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 지원 세부 요건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관련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가 본사 이전을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력 구조와 사업 특성이 함께 작용했다. SK해운의 육상 인력은 전체 1398명 중 약 200명 수준이고, 에이치라인해운도 1150명 중 150~160명 정도에 그친다. 해상 인력은 근무 특성상 본사 이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아 조직 이동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여기에 두 회사는 장기운송계약(COA)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 화주와의 수시 접촉 필요성이 낮은 편이다. 스팟(일회성) 계약 비중이 높은 해운사는 주요 화주가 서울에 몰려 있어 영업 기반 유지를 위해 본사를 서울에 둘 필요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계약 비중이 높다는 것은 화주와 상시 접촉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결정에는 정부의 '부산 해양수도' 육성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부산을 해양수도이자 해운·물류 중심지로 키우기 위해 해운사와 해양수산부 등 관련 기관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부산 이전을 마무리했다. 실제 김성익 SK해운 사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부산 이전 발표행사에서 "해운업 경쟁력 확보를 고민해왔다"며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 해결의 단추가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운 물류 기술 협력과 산업 인프라가 조선소와 해양 관련 기업이 밀집한 지역에서 이뤄지는 만큼 부산 중심으로 기능을 재편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의 해양수도 조성 기대감과 비용 절감, 원가 경쟁력 확보 요인도 함께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의 부산 이전은 결과적으로 정책 리스크를 낮춘 선택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올해 들어 HMM 본사 부산 이전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HMM 본사 부산 이전을 언급하며 "나머지 해운선사 목록을 다 뽑아 봤다"고 말한 이후 업계의 경계심도 커진 상황이다. 이후 해운협회는 이달 중순 전 회원사를 대상으로 본사 부산 이전 의향서를 발송했다. 완전 이전·기능 이전·거점형 이전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의견 수렴에 나섰으며, 다음 달에는 이전지원협의회도 꾸려질 예정이다. 특히 정부가 주소지 이전보다는 실질적 이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해운업계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이 세제 지원 등 정책 인센티브의 직접적인 수혜 대상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정부는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해운사를 대상으로 톤세 적용 확대와 지방세 감면 등 세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톤세제도가 해운사의 세 부담을 낮춰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톤세제는 해운기업이 영업이익이 아닌 보유 선박의 적재 톤수에 따라 세금을 납부하는 특례 제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이 본사를 부산으로 이동한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이 지난해 말 본사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한 것이 결과적으로 정부 기조가 분명해진 지금에 와서는 리스크를 최소화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며 "대부분의 해운사가 부산에 지점을 두고 있고 해상 인력을 관리하는 조직이 있는 만큼 이전 자체는 낯선 선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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