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유일의 컨테이너 국적선사인 HMM의 부산 이전을 최후통첩 수준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HMM 사측은 공식적으로 본사 이전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HMM 노조는 정부가 일방적인 부산 이전을 시도할 경우 물리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 韓 대표 민간 해운사, 본사 이전으로 지역균형발전 실현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옛 트위터)에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글을 공유하며 "해수부 이전, 해사법원 설치에 이어 동남권 투자공사 설립은 물론 HMM 이전도 곧 한다"고 게재했다. 해당 글에는 "대한민국 대전환, 지역균형발전!, 한다면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전 의원은 현 정부의 지난 6개월간 성과를 조명하는 글을 올렸다. 세부적으로 ▲부산 해양수도 특별법 제정 ▲2028년 3월 부산해사전문법원 개청 ▲북극항로추진본부 설치 ▲SK해운·에이치라인해운 본사 이전 확정이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확고한 공약 이행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HMM 부산 이전은 부산시의 숙원이다. 부산항을 모항으로 성장한 HMM은 세계 10위권의 해운사로 도약했으나, 글로벌 해운업 다운턴(불황) 장기화로 2016년 채권단 체제의 자율협약에 돌입했다.
HMM의 부산 이전 가능성이 처음 제기된 것은 10년 전이다. 당시 국내 해운산업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심각한 쇠퇴기에 진입했고, 핵심 항구를 보유한 부산 역시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이 때부터 부산시는 HMM으로 본사 이전 러브콜을 보냈고, 정권도 교체될 때마다 부산에 민간 해운사나 공공해양기관을 이동시키기 위한 노력을 펼쳐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번번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주목할 부분은 이 대통령이 HMM 본사 이전을 단순한 지역 공약의 이행을 넘어 국가 균형 발전의 성패를 가를 핵심 이정표로 정의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북극항로 개척 전략'은 HMM의 부산 이전 명분에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 예컨대 정부는 부산을 북극항로의 동북아시아 기점 항만으로 육성하고, 기존 수에즈 운하 대비 운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는 물류 혁명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HMM을 '해양도시 부산'의 앵커기업으로 앉히겠다는 구상이다.
◆ 노조 반발…인력 이탈·영업망 훼손 명분 삼아 압박
문제는 본사 이전 당사자인 HMM 직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해운산업의 불확실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면 인력 엑소더스와 영업망 붕괴 등이 우려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HMM의 본점 소재지는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이다. 상법상 본점 소재지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정관 변경이 이뤄져야 하는데,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이다.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를 충족해야 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HMM이 올 3월 정기 주총 안건으로 본점 소재지 변경 안을 상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을 견지 중이다. 회사는 매년 3월 초~중순 주총 결의 안건을 결정했는데, 본사 이전과 관련해 노조 측과 협의안을 도출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HMM 노조가 부산 이전을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 카드를 만지고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만 하다. 내달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동자의 파업 부담이 완화된다는 점은 오히려 사측의 경영 압박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독특한 대목은 이전 반대 목소리는 사무직 직원의 90%가 서울 본사에서 근무 중인 육상노조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전체 직원의 55%를 육상직원이 차지했다. 이들은 부산 지역에 연고가 없어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해운 고객사가 서울에 몰려 있어 영업망이 약화될 수 있다는 논리를 전개 중이다.
이와 관련, HMM 관계자는 "부산으로의 본사 이전과 관련해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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