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실현 가능성이 낮은 해외 자본을 앞세워 무리하게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막판 호가 경쟁에서 최고가를 제시하며 유력한 우선협상대상자 후보로 떠올랐다는 소식을 언론에 흘리면서 국내 경쟁자들의 베팅을 유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는 당초 9000억원 중반대 수준을 제시했지만 본입찰 이후 인수가로 1조1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흥국생명보험은 본입찰에서 약 1조500억원을, 힐하우스는 한화생명과 비슷한 9500억원 안팎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프로그레시브 딜(Progressive Deal)을 통해 가격 측면에서 가장 앞선 후보자가 됐다는 것이다.
프로그레시브 딜은 흔히 경매 호가 입찰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본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다시 가격 경쟁을 붙여 매각 가격을 높이는 방식을 말한다. 별도의 입찰 기한을 두지 않고 최종 낙찰자가 나올 때까지 추가 입찰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경매와 비슷하다. 과거 골드만삭스가 주관을 맡았던 LIG손해보험, 동양매직 등이 프로그레시브 딜로 매각을 진행했으며 이지스자산운용 거래 역시 골드만삭스가 모건스탠리와 함께 주관사로 참여해 매각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골드만삭스가 전형적인 '가격 부풀리기' 수법을 사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질적으로 우협 선정 가능성이 낮은 힐하우스를 내세워 인수 의지가 강한 국내 후보들이 이를 의식해 추가로 가격을 제시하도록 압박하는 미끼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스토킹 호스 전략이라는 매각 방식으로 매도자에게는 유리하지만 매수자에게는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실제 기업가치 이상으로 과열 경쟁을 부추기게 되면 결과적으로 인수자는 과도한 재무 부담을 지게 될 수밖에 없다.
힐하우스는 중국계 기업가 장레이(張磊)가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으며 총 운용자산(AUM)만 56조원에 달하는 PEF 운용사다. 본사 소재지인 베이징을 비롯해 싱가포르, 홍콩, 런던, 미국 5곳에 투자 조직을 두고 있으며 전세계 500여개 포트폴리오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크래프톤, 마켓컬리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SK온과 SK에코프라임 등 국내 대기업에도 투자자로도 이름을 알렸다. 힐하우스가 주로 소수 지분 투자에 주력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 단위 경영권 거래에 대한 종결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평가다.
더욱이 이러한 일방적인 가격 경쟁 유도는 이지스자산운용 대주주 측의 의도와도 어긋난다는 평가다. 매각 측은 거래 초반부터 대주주 적격 심사 등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해외 매각에 대한 의지는 낮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힐하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된다 하더라도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업계 1위의 경영권이 중국계 자본으로 넘어가는 거래에 대해 금융당국이 승인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골드만삭스는 고객의 이익보다는 무리하게 가격을 올려 주관사의 보너스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설령 힐하우스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더라도 대주주 적격 심사 등의 심사 문턱이 남아 있는 만큼 그 이후 부담은 고스란히 국내 인수 후보들과 매도자 쪽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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