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대회를 업계 최초로 단독 중계한다. 젊은 연령대 중심으로 신규 이용자를 확보해 한국 시장 입지를 회복한다는 복안이다. OTT 업체들의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e스포츠로 영역이 확대될지도 관심이다.
26일 게임·OTT업계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한국e스포츠협회와 손잡고 12월6일 개막하는 롤 단기 컵대회 '케스파(KeSPA)컵'과 내년 개최하는 '2026 아시안게임'의 e스포츠 국가대표 콘텐츠를 단독 중계한다. 중계권 계약은 내년 12월까지며, 지난 7월 협회로부터 콘텐츠 및 중계권 유통 권리를 공식 위임받은 키플레이어에이전시(KPA)와 협업했다.
케스파컵은 2015년 처음 개최됐으며, LoL 종목 국가대표 선발 자격요건 검토 지표로 활용된다. 디즈니플러스는 이번 중계권 계약을 통해 케스파컵의 국가대표 출정식과 평가전을 생중계한다. 이와 함께 대회 하이라이트나 선수 인터뷰, 비하인드 스토리 등 오리지널 콘텐츠도 제공할 예정이다.
OTT 플랫폼이 e스포츠 리그를 독점 중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 업계는 이용자 저변 확대를 위해 2023년을 기점으로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만 경쟁 양상은 전통 스포츠에 집중돼 있었다. 게임사가 대회에 채택된 종목에 대한 지식재산(IP)을 소유하고 있어 전통 스포츠 산업 대비 중계권 접근이 까다롭고, 플랫폼 신규 가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약해서다.
업계는 디즈니플러스의 이같은 움직임을 이용자 저변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1위를 굳힌 가운데 티빙과 쿠팡플레이가 2위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넷플릭스는 탄탄한 오리지널(자체제작) 콘텐츠, 티빙과 쿠팡플레이는 각각 한국 프로야구(KBO)·프리미어리그(EPL)를 필두로 한 전통 스포츠 중계 라인업이 강점으로 꼽힌다.
디즈니플러스는 2021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입지를 확실하게 다지지 못하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의 10월 OTT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전월(275만명) 대비 5.1% 감소한 261만명으로 집계됐다. 업계 1위인 넷플릭스(1504만명)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디즈니플러스로썬 경쟁 업체들과의 콘텐츠 차별화를 통한 MAU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OTT 시장에서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e스포츠를 선점한 이유다.
e스포츠의 경우 글로벌 시장 규모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추세다. 리서치 앤 마켓의 'e스포츠 시장 산업 동향 및 2035년 글로벌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는 25억5000만달러(약 3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19.95%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기록, 2035년 7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시청자 수도 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e스포츠 시청자 수는 2020년 4억3600만명에서 2023년 5억4000만명으로 3년 만에 약 24% 늘었다. 이 중 LoL의 피크타임 시청자는 2017년 210만명에서 2023년 640만명까지 증가했다. 디즈니플러스 입장에선 이용자 확보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e스포츠 팬덤의 주요 연령대가 10~30대로 구성돼 있으며, 최근엔 40대 팬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디즈니플러스는 픽사, 마블, 스타워즈와 같은 자체 IP가 활성화된 플랫폼 특성상 가족 단위 시청자 비중이 높다. 30~40대 이용자층은 탄탄한 반면, 20대 이용자 확충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e스포츠 중계를 통해 기존 연령층은 지키면서 젊은 연령층을 확보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산하 스포츠 미디어 브랜드인 ESPN과 시너지를 노릴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ESPN은 LoL월드챔피언십(롤드컵), 오버워치 리그 등 다수 e스포츠 대회를 중계해 온 바 있다. 이 같은 경험을 통해 얻은 중계 노하우를 OTT 플랫폼에 적용해 품질 향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스포츠는 방송 품질이 상당히 중요한데, ESPN이 중계 기술 및 스튜디오 포맷 측면에서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에서 품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OTT업계의 스포츠 중계권 경쟁 영역이 e스포츠로 확장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스포츠 중계권은 연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인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가 600억원을 웃도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비용 절감 효과가 있어서다. e스포츠의 경우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무료로 시청하는 문화가 강한 만큼 OTT 가입으로 유인하는 전략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안정상 한국OTT포럼 회장(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은 "넷플릭스가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면서 제작 단가가 업계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했고, 이 단가를 맞추기 힘들어진 국내 플랫폼들이 제작 물량을 줄이면서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주력하는 것"이라며 "e스포츠 리그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내년쯤부터 사업자들 간 중계권 단가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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