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한국거래소가 국내 대기업 자회사의 상장(IPO) 문턱은 높이는 반면, 해외 기업 유치에는 열을 올리는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기업 상장 길은 막아 놓은 상황에서 유럽 현지까지 찾아가 해외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권유하는 모습을 두고 '내수 차단·외국 구애'의 엇박자 행보라는 지적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상장은 6건에 그쳤다. 이 정적을 깨고 LS그룹의 전선·케이블 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가 지난 7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거래소는 지주회사인 LS의 주주보호 방안 마련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행 규정상 '5년 이내 물적분할'이나 '중복상장'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거래소가 심사 전부터 주주보호 조치 등을 요구한 것을 두고 월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SK엔무브와 한화에너지도 거래소 예비심사 전부터 제동이 걸렸다. 두 회사 모두 명확한 중복상장 케이스에 해당하지는 않았다. SK엔무브는 옛 SK루브리컨츠였을 당시 2번이나 예비심사를 통과했고 물적분할 '5년룰'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한화에너지 역시 지주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지배구조상 이해충돌 우려 등을 이유로 예비심사 전 단계에서 사실상 철회라는 결정을 내렸다. 시장에서는 "거래소가 모회사·자회사 관계만으로 상장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규제 기조로 올해 코스피 IPO는 사실상 한적한 상태다. 올해들어 코스피 신규 상장은 6건에 그쳤다. 대기업 자회사는 1분기에 상장한 LG CNS를 끝으로 명맥이 끊겼다. 대부분의 대기업 자회사들은 상장 계획을 미루거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복상장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거래소도 없으면서 주주보호에 나서는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는 "거래소가 '대기업 자회사 상장을 막는 것' 자체를 중복상장 규제의 취지로 오해하는 것 같다"며 "기업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과 지침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빅딜'이 나오지 못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거래소는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BIO Europe 2025' 행사에 직접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유럽 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코스닥 상장 절차와 장점을 소개하고 한국 자본시장의 투자환경을 홍보했다. 유럽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코스피 시장의 성과를 소개하는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업계에서는 "우량한 국내 투자처는 '중복상장'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시장에 내놓지 않으면서, 해외 투자자에게만 증시를 홍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 상장은 가로막으면서 외국 기업 유치에는 공을 들이는 것은 이중적"이라며 "이런 기조가 이어지면 대기업 해외법인을 포함한 계열사는 자연스럽게 홍콩이나 인도, 미국 등 해외 상장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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