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광미 기자] 국내 첫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 2002년 상장된 지 23년이 지났다. ETF 시장은 257조7994억원 규모로 성장하며 단기간에 대형 투자시장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규모가 107조원이었던 지난 2023년과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두 배 이상 커진 셈이다. ETF라는 비교적 새로운 투자 수단이 짧은 시간에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성장의 그림자도 뚜렷하다. ETF가 상장된 29개 운용사 중 상위 10사가 전체 시장의 98.85%를 차지하며, 상위 2사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삼성운용 ETF 순자산총액(AUM)은 100조5071억원으로 업계 최초로 100조원을 넘어섰고, 미래에셋운용은 82조5452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만 합쳐 전체 ETF AUM의 71.01%를 차지한다.
최근 1년간 상위 10사의 ETF AUM은 94조322억원 증가했는데,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 두 회사가 62조1563억원을 책임져 전체 성장의 66.1%를 차지했다. 결국 자금과 성장이 브랜드와 인지도에서 우위를 점한 대형사로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이 같은 시장 집중은 중소형 운용사에겐 큰 부담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거의 모든 투자자가 ETF에 관심이 많아 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도 시장 구조상 쉽지 않다"고 전한다.
실제로 대형사의 보수 인하 경쟁은 중소형사에게 치명적이다. 미국 대표지수 S&P500 상품의 총보수는 한국투자신탁운용·KB자산운용이 0.0047%, 삼성자산운용 0.0062%, 미래에셋운용 0.0068%로 낮아졌다. 1000만원 투자 시 연간 보수는 470~680원 수준에 불과하다. 운용 비용과 인건비를 감안하면 사실상 ETF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 다른 수익 재원이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특히 카피캣(Copycat·모방제품) 관행도 문제다. 특정 테마 신상품이 흥행하면 곧바로 대형사가 유사 ETF를 출시하며 시장을 장악한다. 금현물, 방산, 양자컴퓨팅 ETF 등 테마별 상품이 대표적이다. 후발주자는 총보수를 최저 수준으로 내세워야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중소형사는 쉽지 않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낮은 보수가 장점이지만, 운용사 수익 구조가 붕괴되면 장기적으로 상품 품질과 운용 안정성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 ETF 외형은 커졌지만 공정한 경쟁 환경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ETF 시장의 성장은 단순한 외형 확대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중소형사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때 비로소 건강한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자금이 특정 운용사에 쏠리지 않고 다양한 운용사가 활발히 참여할 때, 투자자는 선택권을 넓히고 상품 혁신도 촉진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공정 경쟁을 실현하는 운용사의 등장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언젠가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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