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5000만 국민이 쓰는 '국민앱' 카카오톡의 개편은 그 자체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15년 만에 단행된 이번 전면 개편의 핵심은 ▲친구탭의 SNS 피드화 ▲숏폼 중심의 '지금'탭 신설 ▲대화탭 기능 고도화 ▲검색의 AI화 ▲자체 모델 '카나나'와 챗GPT 연동 등이다. 카카오는 이를 통해 카카오톡을 메시지 앱에서 콘텐츠 소비와 실행이 이뤄지는 '대화 중심 슈퍼앱'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여론은 냉담했다. 원치 않는 게시물 노출과 광고 확대로 "메신저 본질이 흔들렸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직장 동료나 거래처 인맥의 사생활이 강제로 노출되는 구조에 대한 불편도 거세졌다. 앱마켓 리뷰란에는 '이전 버전으로 돌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은 1.0점까지 추락했다. 잇따른 불만 속에 주가까지 흔들리자 카카오는 결국 불과 엿새 만에 친구목록 복원을 공식화하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업데이트 실패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편을 주도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를 향해 "토스식 조직 문화의 무리한 이식"이라는 비판이 불거졌고 '낙하산 인사' 논란까지 뒤따랐다. 내부 커뮤니티에는 "개발자가 하고 싶어서 만든 게 아니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사용자 반발이 경영진 책임론과 맞물리면서 카카오 리더십 위기로 번진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시도를 무모하다고만 평가하기도 어렵다. 카카오는 수익성 성장 둔화, AI 경쟁력 약화, 창업주 사법 리스크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 와중에 카카오톡은 사실상 카카오의 유일한 탈출구이자 성장 동력이다.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고 AI 기반 광고·구독 모델로 전환하지 않으면 성장 정체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결국 카카오톡 개편은 생존을 위한 '실험'이었던 셈이다.
'국민앱'이라는 무게는 카카오에 양날의 검이 됐다. 95% 점유율을 차지하는 독점적 위치는 강력한 무기가 되지만 동시에 변화에 대한 저항을 증폭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국민 모두가 쓰는 앱이기에 사소한 기능 변경도 사회적 논란으로 번진다. 이번에 불거진 반발도 이런 구조적 특성을 반영한다.
무엇이든 첫 시도에는 거부감이 따르기 마련이다. 과거 네이트온, 버디버디 등 메신저 강자들이 몰락한 뒤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것은 끊임없는 진화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용자 피드백을 어떻게 수용하고 반영하느냐다. 비판을 계기로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낸다면 이번 진통은 성장통으로 기록될 수 있다.
결국 카카오톡 개편은 실패라기보다 시험대에 가깝다. 광고 수익성 강화와 AI 전환이라는 절박한 과제를 풀기 위해선 변화가 불가피했다. 다만 '국민앱'의 무게만큼 정교한 설계와 신중한 실행이 필요했다. 카카오가 이번 아픔을 어떻게 교훈으로 삼느냐에 따라 카카오톡은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도, 반대로 멀어질 수도 있다. '첫 단추'의 결말은 결국 카카오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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