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정부가 AI 기본법 시행령 초안을 공개하며 산업 진흥과 안전 규제의 균형을 강조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미묘하다. 고영향 AI 정의의 모호성, 사실조사 권한, 컴플라이언스 부담 등 핵심 쟁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스타트업계는 계도기간 유예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위축 효과를 우려하며 보호장치의 구체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시행령과 2개 고시, 5개 가이드라인을 통해 AI 기본법의 집행 체계를 제시했다. 내년 1월 법 시행을 앞두고 이달 중 입법예고를 마친 뒤 연내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핵심 기조는 '최소 규제·진흥 우선'이다. 과태료 부과는 최소 1년 이상 유예하되 사실조사와 시정명령 등 행정절차는 그대로 유지되며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는 컨설팅 및 비용 지원이 병행된다.
정부는 하위법령에 필요 최소한의 규제만 명시하고 진흥 중심 기조 속에서도 고영향 AI에 한정해 안전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AI의 부작용과 통제 가능성을 함께 고민하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법을 바라봐 달라"며 "이번 하위법령은 미세 조정은 물론 큰 폭의 개정도 열려 있으며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의 가장 큰 우려는 규제의 모호성과 낙인 효과다. 정부는 사실조사 예외 조항을 두고 부당 민원이나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경우 조사 생략을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조사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기업 이미지와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영향 AI의 정의 역시 논란이다. 보건의료·에너지·교육·교통 등 10개 영역에서 생명·신체·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이 고영향 AI로 분류되며 사업자는 스스로 해당 여부를 판단해 위험관리 및 이용자 보호 방안을 수립·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전문위원 자문 체계를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고 실제 사업자는 판단 기준의 불확실성을 떠안게 된다는 분석이다. 고영향 AI로 지정되면 ▲AI 영향평가 노력 의무 ▲문서화 및 5년 보관 ▲정기적 위험 점검 등 추가 의무가 발생해 스타트업에는 행정·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생성형 AI 워터마크 의무는 완화됐지만 실효성 논란은 남아 있다. 정부는 콘텐츠 산업 위축을 우려해 비가시적 워터마크나 약관·UI 기반 사전고지를 허용했지만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민희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사람이 직접 보고 '이건 AI구나'를 알 수 있어야 한다"며 가시성 강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AI 사업자와 이용자 구분의 불분명함도 혼란을 키운다. 정부는 AI를 개발하거나 이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발·이용 사업자'를 규제 대상으로 한정하고 단순 이용자는 제외한다고 밝혔지만 오픈소스 모델이나 협업 구조 등 현실에서는 경계가 모호하다. 웹툰 제작자나 광고 크리에이터가 AI 생성물을 활용할 경우 책임 주체가 불명확해 향후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외 사업자 의무 조항 역시 부담 요인이다. 본사 기준 연 매출 1조원 또는 국내 AI 매출 100억원 이상이면 국내 대리인을 지정해야 하는데 이는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과 동일한 수준이지만 중소형 해외 기업이나 스타트업에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계는 정부의 '진흥 우선' 기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시행 단계에서 예측 가능성과 구체성, 행정 부담 완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지난 4월 발표한 'AI기본법의 발전적 시행을 위한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고영향 AI 예외 및 해제 기준 마련 ▲사전 체크리스트 공개 ▲AI 시스템 정의 구체화 ▲스타트업 친화형 문서·템플릿 도입 ▲책임 주체 명확화 등을 요구하며 모호함을 명확함으로 바꾸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산업은 속도가 생명인데 지금처럼 규정 해석에만 많은 시간이 걸리는 구조라면 실험조차 해보기 어렵다"며 "스타트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실질적 예외 기준과 명확한 안내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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