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위부터 아래까지 모든 직원들의 생각이 이렇게 통일된 적은 처음입니다."
금융감독원 한 직원은 정부의 조직개편안을 둘러싼 내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17년 만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앞두고 진통이 거세지고 있는 이유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철회를 위한 총파업 검토 등 조직 사수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찬진 금감원장은 "금감원은 공적 기관으로서 정부 결정을 충실히 집행할 책무가 있다"며 조직개편안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까지 거론하며 강행 의지를 드러내면서, 금감원 안팎의 혼란이 더욱 짙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노조는 정부의 조직개편안 철회를 위한 총파업을 검토 중이다. 총파업이 현실화한다면 1999년 기관 설립 이후 최초의 사례가 된다. 정보섭 금감원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수석 부위원장)은 "내부적인 총파업 의지는 강하다"며 "(위원장 공석 상태에서) 직무대행 체제로도 파업이 가능한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당정은 기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2원(院) 체제'를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원 등 '4원 체제'로 나누는 내용의 안을 발표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금융정책은 재경부, 감독 기능은 금감위·금감원, 소비자 보호는 금소원으로 각각 나눠진다.
이에 금감원 직원들은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취지와 달리 금융사의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가 분리되면 오히려 시너지가 약화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전환할 경우 감독기구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금감원 한 직원은 "이번 개편은 어떠한 합리적 근거도 얻지 못했다"며 "지난해 시간외 수당 미지급에도 불평하지 않던 직원들이 거리 시위 맨 앞에 서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인력 이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회계사·변호사·검사 등 전문 인력이 많은데, 세종시로의 근무지 이전이나 업무 재편이 현실화할 경우 상당수가 퇴사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현재 신설되는 금감위는 세종 이전으로 가닥이 잡혔다.
또 다른 금감원 직원은 "고액 연봉을 택하지 않고 전문성을 살려 공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직업적 자부심이 큰 사람들인데, 자신의 역량과 동떨어진 업무를 하게 된다면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며 "사기 저하를 우려해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상당수가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 인력을 제외한 직원들이 받는 압박감도 대동소이하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조직개편안이 통과되면 근무지가 갑자기 지방으로 바뀔 수 있고, 공공기관 전환 역시 여러 체계가 달라질 수 있다"며 "직원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회는 입법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금감위 설치법)을 대표 발의했으며, 오는 25일 본회의 처리를 추진 중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정무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패스트트랙 지정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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