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재지정 여부가 17년 만에 다시 결론 국면에 접어들면서 금융당국 안팎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재정경제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이달 중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감독기구의 독립성과 통제 강화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공개 반대 발언과 내부 반발까지 겹치며 이번 결정이 금융감독 체계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에 따르면 재정경제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이달 중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2009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이후 비영리 특수법인 형태로 운영돼 왔으며, 이번 논의는 당시 해제 이후 17년 만에 재지정 여부가 본격적으로 가려지는 절차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논의는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금융당국 조직개편 방안과 맞물리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정부는 검사·감독 권한을 보유한 금감원에 대해 외부 감시와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내며 공공기관 지정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이복현 전 원장 재임 시절 금융위원회와의 갈등, 국회 자료 제출 거부 논란, 반복된 금융사고를 둘러싼 감독 부실 지적 등이 누적되면서 감독기구에 대한 책임성과 통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시각이 힘을 얻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금융위와 금감원을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그러나 금감원 내부의 강한 반발과 부처 간 권한 조정에 대한 이견으로 해당 방안은 최종 철회됐다. 다만 조직 통합과 같은 구조 개편이 무산된 이후에도 공공기관 지정 문제는 비교적 법·제도 변경 부담이 적은 관리·통제 수단으로 남아 '조건부 유예' 상태를 이어왔다. 이로 인해 당국 간 갈등이나 감독 책임론이 불거질 때마다 반복적으로 재부상하는 쟁점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논의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이찬진 금감원장이 취임 이후 첫 임원 인사를 마무리하며 조직 진용을 갖춘 시점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최근 부원장 3명과 부원장보 6명을 신규 선임하며 핵심 보직 인선을 완료했다. 조직 안정화와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려는 국면에서 공공기관 재지정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자 금감원 내부의 긴장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 원장은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최근 금감원 본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공기관 지정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며 "현재 정부를 설득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공공기관 지정이 기존 통제 체계 위에 또 다른 관리 구조를 얹는 이른바 '옥상옥(屋上屋)'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받는 금감원에 재정경제부의 공공기관 관리 체계까지 더해질 경우 감독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원장은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은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공공기관 지정은 이뤄지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 안팎에서는 막강한 검사·제재 권한을 가진 조직이 사실상 준정부기구로 기능하면서도 예산·인사·경영 전반에 대한 통제는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문제의식도 제기된다. 공공기관 지정이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침해하기보다는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운위 결정이 상징적인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기관 지정 여부에 따라 금감원의 위상은 물론 금융위원회와 재정경제부 등 금융당국 간 권한과 힘의 균형에도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내부의 반대 기류는 여전히 강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공공기관 지정 논란 당시 내부 반발과 시위까지 이어진 뒤 사실상 유보된 사안"이라며 "불과 몇 달 만에 다시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 직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하는 내부 기조 역시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예산과 인사 운영 전반에 걸친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정경제부의 직접적인 예산 통제와 인력 증원 제한, 경영평가 대상 편입 등이 현실화될 경우 감독 인력 확충과 전문성 유지, 신속한 검사·제재 집행에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금과 복지 체계가 공공기관 기준에 맞춰 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내부 구성원들의 심리적 부담 역시 커지는 분위기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