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여당·정부·대통령실(당정대)의 대규모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미뤄지면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존재감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불거졌던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분리를 막는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내부 결속을 이끌어낸 덕분이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벌써 이복현 전 원장보다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직 분리는 피했지만 금감원의 기타 공공기관 지정 여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등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이 원장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외부 변수에 대응하고 내부 안정을 유지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정부 조직개편 대상에서 빠지면서 내부적으로는 이 원장의 리더십이 부각되는 분위기다. 검사 출신 전임 원장과 달리 합리적 소통과 중재 능력으로 신뢰를 얻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조직 개편 사태 수습 과정에서 대통령실에 직접 의견을 전달하며 직원들의 입장을 대변한 점이 내부 충성심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원장은 직원을 부품이 아닌 노동자로 봐주고 있다"며 "열악한 근무 환경 등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문제를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원장 특유의 소탈함도 직원들의 평가가 높아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원장은 지난달 취임 이후 직원들과 접점을 늘리는 행보로 주목 받았다. 출근 이후 직원들과 함께 운동하고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며 격의 없는 모습을 보여왔다. 현안 보고도 단순 보고에 그치지 않고 토론 형식으로 진행하는 등 '소통형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금감원 다른 관계자는 "이전 원장과 리더십 스타일이 다르지만 조직 내부 신망은 훨씬 두터워졌다"고 말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있다. 기타 공공기관 지정이 대표적이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논의에서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높아 내년 초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은 그간 강조해왔던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9일 금감원은 이 원장을 비롯해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한 '전 임직원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결의대회'를 열고 대대적 조직 쇄신을 예고했다.
이 원장은 "금소원 신설은 정부 조직개편에 담지 않기로 결정됐으나 국민께서 금감원에 보낸 준엄한 명령과 신호가 무엇인지 그 핵심을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그간의 관행적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문화를 과감히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연말 조직 개편도 예고됐다. 금감원은 우선 이달 출범한 '사전예방적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TF'를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으로 확대 개편한다. 기존 소비자 보호 업무를 담당하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소비자보호 총괄본부'로 격상하고 각 권역 본부는 '민원·분쟁–상품심사–감독·검사' 등을 해당 임원 책임하에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한다.
아울러 금감원장 직속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하고 금융소비자 보호가 미흡한 금융회사는 과징금·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 수단을 최대한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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