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단순한 기술이 아닙니다. 이제는 누구나 AI를 써야 하는 시대이며 AI는 국가의 전략 자산입니다."
이승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디플정) 인공지능플랫폼혁신국장은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며, "AI 경쟁의 중심은 이제 모델 성능이 아니라 생태계 설계와 운영 역량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제는 생태계 경쟁의 시대"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기술 독립성과 생태계 다양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버린 AI' 전략이 지금 가장 필요한 접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전략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제도와 정책 추진 체계의 뒷받침이 필수라고 짚었다. 특히 최근 신설된 국가AI전략위원회에 대해 "이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할 수 있으려면 실질적인 권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를 이행할 공무원들 역시 단기 순환 인사가 아닌 장기적 전문성과 연속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AI처럼 빠르게 진화하는 분야에서는 최소 2~3년 이상 일관된 경험이 필수"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같은 조직적 기반 위에서 추진할 핵심 전략이 바로 '소버린 AI'에 관한 전략이다. 이 국장은 소버린 AI를 "'자체 기술'에만 집착하는 폐쇄적 접근이 아닌 개방성과 통제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이라고 정의했다. "글로벌 표준(MCP·A2A)을 기반으로 상호운용이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고 민감한 데이터만 국내 기술로 통제하되 나머지는 해외의 우수한 기술과 유연하게 연계하는 방식"이라며 단절이 아닌 '선택 가능한 자율성'이 전략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소버린 AI 전략이 현실성이 있는 이유로 한국이 가진 구조적 경쟁력을 짚었다. 단순히 하나의 요소에서 앞선 것이 아니라 AI 개발에 필요한 전 과정을 아우르는 '풀스택 역량'을 갖춘 국가라는 점에서다. 그는 "AI 경쟁력은 특정 기술의 우위보다 반도체, 소프트웨어, 제조업, 인터넷까지 연결되는 전방위적 역량에 달려 있다"며 "한국은 반도체 설계·생산, ICT 인프라, 제조 기반을 모두 갖춘 드문 나라"라고 말했다.
이를 실제로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버린 AI 등급 체계'를 제안한 바 있다. 이 체계는 ▲통제 가능성 ▲설명 가능성 ▲공급망 보안 ▲책임성 ▲연결된 자율성 등 5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AI 모델을 T0부터 T6까지 7단계로 나눈다. T0은 외부 폐쇄형 API를 단순 호출하는 단계이고, T5는 구조와 가중치를 자체 설계·개발한 완전한 국산 모델이다. T6는 칩, 프레임워크, 데이터센터(IDC), 데이터까지 전방위 자립이 가능한 이상적인 단계다. 단순한 성능 우위보다는 공공 영역에서의 통제력, 투명성, 자율적 운영 능력 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AI기본법 시행령과 관련한 논의에서도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그는 "산업 육성과 규제의 균형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삶에 어떤 편익을 주느냐가 궁극적인 판단 기준"이라며 공공 AI의 정책 방향으로 ▲대국민 서비스 혁신 ▲공무원 업무 혁신 ▲사회문제 해결을 제시했다. 특히 장애인 의사소통 지원, 경계성 지능 탐지, 난임 데이터 기반 시술 성공률 제고 등을 사례로 들며 "AI는 취약계층을 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거대언어모델(LLM) 생태계에 대해서도 진단을 내놨다. 그는 "'월드베스트 LLM'이 중요한 게 아니라 '월드베스트 AI'가 돼야 한다"며 "LLM이 있다고 다 쓰는 건 아니다. 결국 도메인별로 특화된 버티컬 AI와 에이전트, 툴킷 등 응용 기술에 대한 투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 생태계의 기반인 클라우드와 데이터 경쟁력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국내 데이터는 여전히 대기업에 편중돼 있고 데이터 전문 기업도 부족하다"며 "대기업들이 합성 데이터 제공이나 중간지대 학습 환경을 개방해 생태계 전체에 기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로벌 전략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국장은 "중동 등 자본이 풍부한 국가들과 기술 기반 파트너십을 맺고 자본과 기술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AI 생태계 영향력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대외경제협력기구(EDCF) 등 대외원조 예산을 활용해 개도국과의 AI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AI에 대해 진심을 가지고 'AI G3' 정책을 펴고 있고 장·차관과 공무원들도 AI를 '기본값'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이 정책 전면에 나서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위원회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공무원의 전문성과 지속성을 강화한다면 한국은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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